20년 이어온 대구연탄은행…"코로나때보다 연탄 기부 절반 줄어"

기사입력 2025-12-05 12:18

[촬영 윤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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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한창이던 2021년, 연탄 17만장 나눔…지난해엔 8만장에 그쳐

"학생부터 산악회까지 다양한 봉사자들…존경과 감사"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날이 따뜻하면 아껴 놨다가, 추울 때 피워요."

5일 오전 9시 40분께 대구 서구 비산동교회 대구연탄은행.

연탄 창고 앞에는 어르신 두 분이 모였다.

영하까지 떨어진 기온에도, 어르신들이 옷깃을 여미고 나온 이유는 오늘 하루를 따뜻하게 버티기 위해서다.

이곳에서는 겨울철인 11월부터 3월, 평일 오전이면 연탄 3장씩을 나눠준다.

대구연탄은행은 2006년 전국연탄은행협의회 17호점으로 개소했다.

이후 올해까지 20년 동안 1백30만장 이상의 연탄을 나눴다.

자원봉사자들도 5천명 이상이 다녀갔다.

연탄을 받으러 온 한 어르신은 "매일 와서 연탄 3장씩을 받아 가는데, 굉장히 잘 쓰고 있다"며 "연탄 3장으로는 24시간을 피울 수는 없지만, 아껴서 피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날이 따뜻할 때는 연탄을 아껴 놨다가, 연탄 나눔이 없는 주말에 피우기도 한다"며 "(매일 연탄을 나누는 것이) 고맙다"고 말했다.

오전 10시가 되자, 비산동교회 소속 목사가 연탄 창고 문을 열었다.

16.5㎡(5평) 정도 되는 창고는 2천여장의 연탄을 저장할 수 있지만, 이날은 10분의 1 정도인 180여장의 연탄이 남아 있었다.

목사는 바닥을 보이는 창고에서 연탄을 3장씩 어르신들께 나눴다.

뒤늦게 자전거를 타고 온 어르신까지 이날 총 3명의 어르신이 연탄을 받았다.

목사는 더 올 어르신이 없을 때까지 창고 앞을 지키다가 다시 창고 문을 닫았다.

2020년부터 대구연탄은행 일을 도맡고 있다는 이대희 목사는 "요즘에 연탄 나눔을 받으시는 분이 많이 줄었다"며 "예전에는 20명씩도 줄을 서고 했는데, 요즘에는 연탄을 피우는 집도 줄고, 어르신들도 많이 돌아가셔서 연탄 자체를 많이 피우질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탄 기부도 줄고 있다"며 "코로나 때는 오히려 기업들이 어려운 분들을 돕고자 기부가 끊이지 않았는데, 요즘은 경기가 안 좋다 보니 한창때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었던 지난 2021년에는 17만2천장의 연탄을 기부받았지만, 지난해에는 약 8만장으로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봉사자들의 열정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목사는 "매주 많은 봉사자와 단체에서 연탄 기부와 함께 배달 봉사도 해주신다"며 "학생부터 산악회까지 다양한 분들이 오셔서 연탄 나눔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땀 뻘뻘 흘리면서 달동네 골목을 리어카로 돌아다니다 보면, 봉사자들에게 존경심도 생기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며 "봉사 오셨던 분들이 매년 다시 오시는 것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는 "연탄을 나눔 받은 어르신들이 양은 냄비에 커피를 끓여 퍼주시는데, 더 못 도와 드려서 죄송한 마음뿐이다"라며 "할 수 있는 만큼 (연탄 나눔을) 하려고는 하는데, 매년 기부가 줄고 있어서, 앞으로 어떻게 꾸려나갈지는 차차 생각해 볼 것"이라고 전했다.

psik@yna.co.kr

<연합뉴스>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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