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에 분노"…홍콩 입법회선거서 친중 최대정당 지지층 이탈

기사입력 2025-12-09 13:21

[로이터 연합뉴스]
민건련, 직전 선거 대비 득표수 36% 줄어…무효표도 급증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최소 15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아파트 화재 참사 수습 중에 치러진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 결과 친중 진영의 최대 정당이 민심의 지지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친중 진영 대표 정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DAB)은 이번 선거에서 4년 전과 비교해 훨씬 적은 표를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민건련은 이번에 26명이 출마해 최종 20명이 당선, 최대 정당 지위를 유지해 표면적으로는 큰 타격을 입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민건련의 지역구(직선) 득표수는 43만2천473표(34%)에 불과했다. 이는 과반을 차지했던 2021년 대비 약 25만표, 즉 36%가 감소한 결과다.

홍콩 입법회 의원 전체에서 직선 비율은 낮은 편이지만, 민심 바로미터인 득표율이 주목받는다.

유권자들로부터 직접 얻은 표가 직전 선거 대비 크게 감소해 지지층이 대거 이탈한 것으로 해석됐다.

후보들 간 경쟁도 치열했지만 이번 화재 참사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드러난 결과로 풀이됐다.

선거가 치러지기 전부터 중국·홍콩 당국은 화재 관련 비판 여론을 '반중·반정부' 세력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단속했다.

합리적인 비판조차 어려워진 분위기에 민건련의 지지 기반이 흔들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홍콩 내부는 물론 중국 본토에서도 주시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민건련 소속 현역 의원 2명이 낙선했는데, 그중 1명은 무소속 후보에게 패배했다.

소니 로 홍콩대 명예교수는 "이번 선거는 애국 진영 내부에도 다양한 정치적 흐름이 있으며 전통적인 정당의 지배력이 더 다양한 정치 지형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홍콩의 선거제도는 2021년 중국 정부가 '애국자만 출마'를 조건으로 뜯어고치면서 대대적으로 개편됐다.

이번 선거에서는 총 90석의 입법회 의석을 새로 구성했다. 20석은 10개 선거구 주민이 직접 선출하고, 친중 진영이 장악한 선거인단(선거위원회)이 40석을 뽑았다. 나머지 30석은 업계 간접선거를 통해 뽑는 직능대표 의석이다.

이번 선거에서 무효표가 크게 증가한 것도 이목을 끌었다.

무효표는 4만1천147표로, 4년 전 2만7천453표와 비교해 급증했다.

라우시우카이 중국 홍콩마카오연구협회 컨설턴트는 "과거의 투표 보이콧이 기표 거부로 바뀌어서 나타난 일종의 항의성 표현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당선자들의 연령은 평균 51세로 20년 만에 홍콩에서 가장 젊은 입법회가 꾸려질 전망이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70세 이상 12명을 포함한 현역 의원 35명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세대교체가 진행됐다. 이를 두고 중국 정부의 압박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있었으나 당국은 부인했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홍콩 지역구 유권자 131만7천682명이 투표해 최종 투표율은 31.9%로 집계됐다. 역대 최저였던 2021년(30.2%)보다는 1.7%포인트 상승했다.

suki@yna.co.kr

<연합뉴스>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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