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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가능 수단 모두 동원해 세금 회피 행위 단호히 차단"
국세청은 시장 반칙 행위로 물가 상승 등 교란 행위를 일으킨 총 31개 업체의 최근 5년간 총 1조원 규모의 탈세 혐의를 포착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3일 밝혔다.
법인 자금으로 고가 해외재산을 취득하는 등 환율 불안을 자극한 외환 부당유출 기업 11곳, 시장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사익을 편취한 가격담합 등 독과점 기업 7곳이 조사 대상이다.
슈링크플레이션(제품 가격은 유지하되 양을 줄이는 행위) 외식·치킨·빵 프랜차이즈 9곳, 관세 인하 혜택을 악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수입기업 4곳도 조사를 받는다.
◇ 편법 외화 유출…해외 계좌로 소득세 안 낸 한국계 외국인
국세청은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편법으로 외화를 유출한 외환 부당유출 기업을 정조준한다. 탈루 혐의 금액은 총 7천억∼8천억원 수준이다.
업무단지 개발사업비 조달을 목적으로 설립된 A사는 최대주주인 해외법인으로부터 지급보증용역을 받는 대신 약 70억원 규모의 외화를 해외법인의 대외계정을 통해 줬다.
A사는 이 송금을 국외 간 거래로 처리하는 꼼수를 써 부당하게 해외로 유출했다.
그러나 이 해외법인은 실체가 없는 페이퍼 컴퍼니였고, A사의 임원이 국내에서 회사를 관리하고 있었다. 소득 신고 의무를 회피한 것이다.
전자제품 제조업 상장업체인 B사는 해외 현지법인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기술사용료를 낮춰 국내로 들여와야 하는 1천500억원 상당의 외화를 해외에 그대로 뒀다.
이 회사의 사주일가는 B사 기업공개에 관련한 내부정보를 받고 사전에 대량의 주식을 사들였다. 2021년 코스피 시장 상장을 통해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음에도 증여세 신고를 누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조사 대상 업체 사주는 법인자금으로 가족 모두를 해외로 이주시키고 고액 부동산, 고급 콘도, 호화요트 등을 사들이는 사치행위를 했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또다른 업체는 100% 자회사인 미국 현지법인에 지급보증용역을 무상 제공해 국내은행에서 거액의 달러를 차입했다. 이 돈으로 수백억원에 달하는 미국 하와이 골프장을 인수하는 등 업무와 무관한 고가의 자산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이른바 '검머외'(검은 머리 외국인)라 불리는 동유럽 국가 국적자가 해외 계좌로 수출대금을 받아 소득세를 누락했다"고 말했다. 이를 숨기기 위해 법인을 만들어 수십억원의 자금을 빌려주고, 부산 해운대에 있는 고가의 펜트하우스를 사들이고 인테리어는 법인 경비로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 담합하며 거짓 세금계산서 발급…할당관세 혜택 사주에 몰아줘
빌트인·시스템 가구 제조업체인 C사는 가격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업체다.
이 회사는 담합 과정에서 다른 업체로부터 거짓 매입세금계산서를 주고받았다. 업무와 무관한 10억원대 고가 골프회원권을 법인자금으로 취득하고 사주일가가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슈링크플레이션으로 지탄 받은 떡볶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D사는 사주일가가 운영 중인 계열법인이 부담해야 할 약 40억원의 광고선전비를 대신 부담해 부당하게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업체가 가맹점 인테리어를 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며 소개비를 받았지만,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주는 임원에게 거액을 준 뒤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받는 수법으로 법인 자금을 유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회사뿐 아니라 사주도 철저히 조사키로 했다.
수입육 전문유통업체인 E사도 원재료 저가 공급 혐의로 조사를 받는다.
할당관세로 저렴하게 육류를 수입하는 혜택을 사주일가가 주주로 있는 특수관계법인에 몰아줬다.
이 특수관계법인은 E사로부터 저렴하게 수입육을 공급받아 매출액이 3배 이상 급증했다. 사주의 자녀는 거액의 배당을 받아 부동산을 사들여 부를 축적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물가·환율 상방 압력을 유발하는 등 시장 불안정성을 키우면서 정상적인 경제활동 범위를 넘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한 시장 교란행위 탈세자를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시보관, 금융계좌 추적, 포렌식 기법 등 사용 가능한 수단은 모두 동원하는 한편, 금융정보분석원(FIU)과 수사기관 정보, 외환자료 등을 적극 활용해 마땅히 내야 할 세금을 회피하는 행위를 단호히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또 "세무조사 과정에서 조세범처벌법상 장부·기록 파기 등 증거인멸 행위나, 재산은닉 등 범칙행위가 확인될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해 형사처벌로 이어지도록 조치하겠다"며 "변칙적 수법으로 시장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는 확고한 인식을 심어주겠다"고 강조했다.
2vs2@yna.co.kr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