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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외계인이 인류의 조상'이라는 주장으로 과학자와 고고학자에겐 조롱받았지만, 세계적인 인기 작가가 된 스위스의 에리히 폰 데니켄(Erich von Daniken)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스위스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로이터와 교도통신이 12일 보도했다. 향년 만 90세.
책을 쓰기 전 해외여행 비용을 마련하려고 호텔 돈을 횡령했다가 1970년 2월 징역 3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고, 1년 복역 후 석방됐다. '미래의 기억'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덕분에 돈을 모두 갚았고, '별들로의 귀환', '외계에서 온 신'을 잇따라 집필했다. 데니켄은 고고학·우주비행학·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협회(AASRA)를 공동 설립했고, 2003년 5월 스위스에서 개장한 테마파크인 미스터리파크(현재는 융프라우 파크)를 설계했다.
'외계 생명체 접촉설'은 고인이 처음 주장한 건 아니었다. 1966년 과학자 칼 세이건(1934∼1996)과 이오시프 시클로프스키(1916∼1985)가 공동 저서 '우주 속 지성 생명체'의 한 장에서 고대 외계 생명체의 방문 가능성을 언급했고, 로널드 스토리도 '우주 신들의 실체'에서 비슷한 문제를 다뤘다.
하지만 칼 세이건은 "나는 데니켄의 저작만큼 논리적·사실적 오류로 가득 찬 최근의 책을 알지 못한다"고 혹평했고, 1973년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표지 기사 제목을 '데니켄의 사기극'으로 정하기도 했다.
고인 스스로도 자신의 주장을 여러번 번복했다. 2001년 한 다큐멘터리에서는 자신의 주장 중 어느 것도 외계인 기원을 증명할 수는 없지만, 인류가 '멋진 신세계'를 위해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2021년 7월 미국 정부가 외계 기원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UFO 보고서를 공개하자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UFO와 외계 생명체에 대해 말하는 사람을 단순히 비웃을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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