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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이슬람 신정 체제와 권위주의 독재에 대한 노골적인 저항과 반대의 메시지다. 이 정도면 신정 체제는 권위를 잃은 것을 넘어 혐오 대상으로 전락했을 수 있다. 2022년 '히잡 시위'와 달리 이번 시위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전국으로 확산했다는 점, 시위 구호가 '독재자에 죽음을', '이슬람 공화국에 죽음을'로 바뀐 점도 같은 맥락이다. 신의 대리인을 '독재자'로 칭하며 금기를 깨는 동시에 신정 종식을 노골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시위대가 모스크를 불태우고 이슬람 표식이 들어간 이란 국기 대신 옛 왕조 시절 국기를 내거는 장면도 포착된다.
가정일 뿐이지만, 만약 이란에서 친미 정권이 복원된다면 국제 정세는 대전환의 격변기를 맞게 된다. 우선 미국이 적대세력으로 규정한 6개 주체 중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에 이어 이란까지 2개가 제거된다. 그러면 중국, 러시아, 북한, 쿠바가 남는데, 이는 반미 블록의 약화를 뜻한다. 가장 큰 타격은 이란과 공생 관계인 북한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이란은 미사일을 공동 개발하고 핵무기 기술도 주고받으며 군사 협력을 다져왔다. 미국의 고강도 제재를 받는다는 동병상련 속에 이란은 북한의 원유 주공급원이자 주요 무기 판매처 역할을 했다.
친미 정권이 이란에 들어선다면 북한 기술자들을 모두 추방하고 과거 북한과 공유했던 핵과 미사일 기밀을 미국에 넘길 공산이 크다. 이 경우 북한은 전략무기 기술 발전에 장애가 생기고 현 무기 체계의 약점도 노출하게 된다. 북한은 또 원유 보급에 큰 차질을 빚게 되고, 재래식 무기와 미사일 부품을 꾸준히 사주던 시장의 실종으로 외화벌이에도 타격을 받게 된다. 반미 동반자의 몰락은 북한 지배층의 심리적 동요와 불안도 키울 수 있다.
가정이 현실화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입을 상처도 클 수밖에 없다. 중국은 남미 거점인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 거점마저 잃게 된다. 특히 해외 네트워크 사업인 '일대일로'에서 중동과 유럽을 잇는 회랑(이란)이 끊기게 된다. 중국 역시 이란으로부터 막대한 양의 원유를 수입해온 만큼 석유 통제권이 미국에 넘어가면 에너지 안보에도 위기가 온다. 러시아의 경우 소모전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형 악재를 맞게 된다. 이란이 미사일과 드론 등 주요 무기를 공급해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카스피해 국경 이남에 주적 미군이 주둔하는 최악 시나리오도 대비해야 한다.
다만 이란의 친미 회귀는 한반도 정세를 더 큰 긴장 국면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든든한 우군을 잃은 북한, 중국, 러시아 모두 삼각 군사 협력을 더욱 강화할 필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 반작용으로 한국과 미국, 일본의 삼각 협력도 지금보다 더 강해질 확률이 높아진다. 이는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각각 결속하며 한반도에서 더 첨예하게 대치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은 일단 한반도에서 현상을 유지하면서 서반구에서 쿠바를 위시한 반미 국가들을 정리하고 그린란드 합병에 진력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leslie@yna.co.kr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