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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은 사라지지 않는다. 시장이 견고하기 때문이다. 불황이 깊어질수록 수요는 늘고, 단속이 강해질수록 유통은 은밀해진다. 한국 영화 <사생결단>은 외환위기(IMF) 사태 이후 부산을 배경으로 마약 시장의 냉혹한 생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넷플릭스 시리즈 <나르코스>는 그 시장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보여준다. 콜롬비아 메데인 카르텔의 '수장'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사라지자 곧바로 경쟁자인 칼리 카르텔이 그 공백을 메웠다. 이것이 마약 시장의 작동 방식이다.
문제는 국내다. 한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으로 부를 수 없게 됐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마약 사범은 2만7천여 명, 5년 새 2배를 웃돌았다. 더 중요한 변화는 연령 하향이다. 40대에서 20대로 내려왔고, 그 아래로 10대가 들어왔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조사에서 첫 마약 접촉 평균 연령은 13.2세로 파악됐다. 중학교 1학년이다. 거래 방식도 바뀌었다. 텔레그램·다크웹·가상자산으로 전환했다. 공급은 해외에서, 유통은 온라인에서, 수요는 일상으로 번진다. 범죄라기보다 산업에 가까워졌다.
마약과의 전쟁은 결국 자금줄 차단이다. 가상자산을 통한 범죄수익을 끊지 못하면 네트워크는 계속 돌아간다. 플랫폼과 통신을 관통하는 디지털 수사 역량도 갖춰야 한다. 마약 중독자는 처벌이 아니라 치료로 다뤄야 한다. 재범률 33%는 격리가 정답이 아니라는 증거다. 특히 마약 수사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수사 권한이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으면 대응은 언제나 한발 늦는다. 수사·정보·국제공조·자금추적을 통합한 상설 전문기구, 한국형 마약단속국(DEA)이 필요하다. 마약왕은 잡혔지만, 시장은 아직 살아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