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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딜` 반세기만의 美·이란 최고위급 담판…"내내 긴장감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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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라마바드=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11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의 첫 종전 협상을 앞두고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마련된 프레스 센터 입구에서 경찰이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2026.4.11 son@yna.co.kr
(이슬라마바드=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11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의 첫 종전 협상을 앞두고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마련된 프레스 센터 입구에서 경찰이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2026.4.11 son@yna.co.kr

미국과 이란이 6주 넘게 중동 전역을 뒤흔들었던 전쟁 종식을 위해 중재국 파키스탄에 입성, 1박 2일간 '벼랑 끝 담판'을 벌였으나 12일(현지시간) 결국 '노딜'을 선언했다.

의제 설정 등을 놓고 협상 개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양측은 현지 도착 직후 협상과 관련한 세부 조율을 빠르게 마무리 짓고 전날 본격적인 회담에 돌입했다.

양국은 밤을 새워가며 끈질기게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 진행 도중 미군의 호르무즈 해협 기뢰 제거 작업 개시 사실이 발표되고 이란이 이에 "강력 대응" 의지를 강조하며 신경전이 고조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란은 이날 협상 종료를 발표하고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으나 밴스 부통령은 합의가 불발됐다며 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혀 향후 추가 협상 개시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과 레바논 공격 중단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밴스 부통령은 이란으로부터 핵무기와 관련해 '명확한 약속'을 듣지 못했다고 말한 만큼 양측이 협상에서 핵심 쟁점을 놓고 돌파구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 '그을린 책가방·영정사진' 전용기에 태운 이란…美, 300명 '매머드급' 대표단 꾸려

협상이 이뤄진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먼저 모습을 드러낸 쪽은 이란이였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협상 하루전인 10일 저녁 늦게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알리 아크바르 아흐마디안 국가안보최고위원회(SNSC) 사무총장, 압돌나세르 헴마티 중앙은행 총재를 비롯한 주요 국회의원들도 대거 동행하고 이란 민항기를 이용해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고, 파키스탄 최고 권력자로 꼽히는 아심 무니르 국방군 총사령관 등의 영접을 받았다.

이란 대표단은 모두 검은 정장을 착용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희생된 자국민을 추모하는 동시에 협상에 비장함을 표출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대표단 탑승 전용기 좌석에 그을린 책가방, 희생된 아이들의 사진, 꽃 등이 놓여있는 사진을 게시하고 "이번 비행의 내 동반자들"이라고 적었다. 이란 전쟁 첫날 사망한 자국 초등학교 희생자를 기린 것이다.

JD밴스 부통령을 필두로 한 미국 대표단은 11일 오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다. 협상단 일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가 먼저 이슬라마바드 인근 누르 칸 공군기지에 도착했고 별도로 밴스 부통령이 탑승한 전용기가 착륙했다.

외신은 이란측 대표단은 71명, 미국 대표단은 경호·의전 인력을 포함해 약 300명이라고 보도했다.

협상장은 양측이 공식 발표하지 않았으나 외신들은 이슬라마바드 내 5성급 호텔인 세레나 호텔에서 양측 협상이 진행된다고 보도했다. 세레나호텔 근처는 철통 보안이 유지돼 실제 협상 장소인지 확인이 어려웠지만 뉴욕타임스(NYT)는 밴스 부통령이 이곳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은 협상 개시 전 간접 소통 작업의 일환으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각각 면담을 진행했다.

샤리프 총리실은 양측 면담이 마무리된 후 "총리는 이번 회담이 이 지역의 견고한 평화를 향한 디딤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며 중동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회담이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이란 매체들은 파키스탄 현지시간으로 11일 오후 5시 30분 협상이 개시됐다고 보도했다.

회담이 시작될때까지 양측의 공식발표가 없어 회담이 어디서 열리는지, 언제부터 회담이 시작됐는지 '깜깜이' 상황이 계속됐다.

◇ 1979년 단교 이후 최고위급 대좌…"우호적이고 차분"·"회담 중 긴장 요동"

이번 협상은 기본적으로 파키스탄 측이 동석한 가운데 3자 대면 협상으로 진행됐다.

협상 시작 전까지 전 세계 언론들은 미국 부통령과 이란 의회 의장이 대면한다면 지난 1979년 양국 외교관계 단절 후 47년만에 성사된 최고위급 대좌가 될 수 있다며 큰 관심을 표했다.

양측은 1박2일간 3라운드에 걸쳐 협상을 진행했다. NYT는 이란 정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샤리프 총리가 동석한 가운데 밴스 부통령이 갈리바프 의장과 악수했다고도 보도했다.

회담 분위기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NYT는 회담이 우호적이고 차분했다고 말했고 로이터 통신은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분위기가 시시각각 변했고 회의 내내 긴장감이 요동쳤다"고 전했다.

특히 회담이 한창 진행되는 도중에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기뢰 제거 작업을 시작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 회담 장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개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중국, 일본, 한국, 프랑스, 독일과 다른 여러 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의 국가를 위해 호르무즈 해협 정리 작업을 지금 시작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후 미군 중부사령부는 성명을 내고 "중부사령부 소속 병력이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 제거 여건 조성을 시작했다"면서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말했다. 미군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는 지난 2월 28일 중동 전쟁 개시 후 처음이다.

미 중부사령부의 발표 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성명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군함은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며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

미군의 기뢰 제거 작업은 이란과의 조율 없이 진행됐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군 구축함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직전 해협 인근 민간 선박 승무원이 녹음한 양측 교신 내용을 통해 이란군이 미군을 향해 "이것이 마지막 경고"라고 반복해 알렸지만 미군은 이를 듣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최대 쟁점 중 하나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인 상황에서 미 군함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는 양측 긴장 상황을 더 고조시켰다"고 덧붙였다.

◇ 새벽녘에 1차 협상 종료…이란 "협의 계속"·밴스 "미국으로 돌아간다" 빈손 종료 선언

양측 협상은 결국 11일 자정을 넘겨 계속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란과의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도 상관없다며 이란을 압박했다.

현지시간으로 12일 오전 3시를 넘어서자 이란 정부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파키스탄의 중재하에 진행된 미국과 이란 간 회담이 14시간 만에 종료됐다"면서도 "일부 이견이 남아있지만,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측의 1일차 협상 종료 발표와는 달리 미국 정부는 협상 종료 여부에 대해 곧바로 입을 열지 않았다.

이란 현지 매체들은 이날 다시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보도했으나 밴스 부통령은 현지 시간으로 오전 6시 30분께 이란과 21시간 협상을 진행했지만 "이란과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미국으로 복귀한다"고 말했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어떤 조건을 거부했는지에 대해 "문제는 '이란이 지금뿐만 아니라 2년 후에도, 나아가 앞으로도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근본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가' 하는 점"이라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 문제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했음을 설명했다.

밴스 부통령은 "우리는 매우 간단한 제안을 가지고 이곳을 떠난다"며 "이것이 우리의 최종적이고 최선의 제안이다. 이란이 이를 받아들일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밴스 부통령의 발표가 나온 직후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도 현장에 있는 취재원이 "미국의 과도한 요구가 합의 도출을 저해했다"고 말했다며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된 협상이 '노딜'로 끝났음을 알렸다.

NYT는 현지시간으로 오전 7시 20분께 "에어포스투(미 부통령 전용기)가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달리고 있다"며 "마라톤 협상 끝에 밴스 부통령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파키스탄을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ki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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