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국내 금융시장을 크게 뒤흔들었던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의 여진이 아직도 이어지는 흐름이다.
삼성증권이 피고가 된 두 건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 2심 연달아 원고 승소(일부) 판결이 나왔다. 또 야심차게 추진하던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 시도가 최근 또 미뤄졌다.
'유령주식 배당사고'는 지난 2018년 4월 6일에 벌어졌다. 원래 우리사주 조합원들에게 1주당 1000원의 현금을 배당하려던 삼성증권이 실수로 1주당 1000주를 배당한 사건. 이로 인해 원래 삼성증권 정관상 주식 발행 한도보다 수 십배가 넘는 28억1295만주의 주식이 발행됐다. 존재할 수 없는 주식이 (전산상) 발행됐기 때문에 '유령주식 배당사고'로 불린다.
유령주식을 배당받은 삼성증권 일부 직원이 이를 매도하면서 금융시장에 대혼란이 벌어졌다. 이날 삼성증권 주식 거래량은 전날의 40배 이상에 달했고, 변동성 완화 장치(VI)가 7차례나 작동하면서 주가가 장중 한때 11.68%나 급락했다.
이 사건으로 삼성증권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같은 해 7월 사태의 책임을 물어 삼성증권에 과태료 1억4400만원을 부과했으며 구성훈 당시 삼성증권 대표는 사임했다. 6개월간의 신규 투자중개업 영업 일부정지 처분도 나왔다. 주식을 실제 매도한 전 삼성증권 직원 8명에 대해서도 지난 2022년 3월 31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후 삼성증권의 주주인 국민연금공단과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유령주식 배당 사고로 주가가 급락해 손해를 봤다며 삼성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두 건의 각기 다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올해까지 약 7년간 진행됐는데, 결과는 비슷하게 나왔다.
우선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024년 8월 1심에서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배당 시스템을 적정하게 설계하지 않았고 배당업무 절차, 요건 등에 대한 내부적 처리 기준이나 방침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삼성증권의 책임을 전체 손해의 50%로 제한해 국민연금에 약 18억6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개인투자자 3인도 2021년 9월 1심 법정에서 원고측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여 '손해액의 절반인 1인당 2800만∼4900만원을 지급하라'며 삼성증권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삼성증권은 이에 대해 모두 항소했다. 그러나 최근 나온 2심 판결(국민연금공단 1월, 개인투자자 2월)에서도 삼성증권의 항소는 모두 기각됐다. 하지만 삼성증권은 이에 불복해 두 건의 손배소를 모두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1, 2심에서 같은 결과가 나왔음에도 상고를 결정한 배경에 관해 "(1, 2심)법원의 판결에 오류가 있다거나 불복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법인에게 주어진 정당한 권한과 절차에 따라 최종심까지 순리대로 진행하겠다는 의미다"라고 밝혔다.
이렇듯 여전히 유령주식 관련 송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삼성증권은 최근 또 다른 좌절을 겪었다. 지난해 7월에 신청한 발행어음 인가가 또 미뤄지게 된 것.
금융위는 지난 15일 열린 제7차 정례회의에서 38건의 의결안건을 처리했지만,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인가안은 상정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상정 불발의 이유로 삼성증권의 초고액 자산가 대상 거점 점포 일부에서 발생한 불건전 영업에 대한 제재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증권 측은 이에 대해 "안건이 딱 어느 시점에 상정된다고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안건을 언제 상정할 지는 금융위의 권한이고, 금융회사가 이에 개입할 수는 없다"면서 "가장 빠른 금융위 정례회의에 안건이 오르지 못하다 보니 부정적인 추측이 나오는 것 같다. 증권선물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만큼 향후 금융위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라며 안건 상정 불발 이유에 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의 안건 상정불발을 이례적인 상황으로 보고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 발행어음 인가안이 증선위 심위를 통과하고도 정례회의 안건에 오르지 못한 건 흔하지 않은 일이다. 같은 시기 인가를 추진한 경쟁사들은 증선위 심위를 통과하면 곧바로 정례회의에서 인가를 받아왔다"고 언급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2017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된 이후 여러 차례 발행어음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대주주 적격성 논란에 이어 2018년 유령주식 배당사고가 터지며 내부통제 미비로 인가가 수 년간 지연돼 왔다. 이번에도 또 지연되면서 단기금융업 분야에서 경쟁사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