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부산으로 이전한 해양수산부가 올해 출범 30주년을 맞았습니다. 바다 안전부터 해양 연구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해양수산 행정을 펼치고 있지만 그 역할과 중요성은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연합뉴스는 해양수산부와 소속 기관의 업무를 하나씩 '분해'해 살펴보는 기획 기사를 매주 1차례 송고합니다.]
우리가 흔히 즐겨 먹는 장어덮밥.
자칫 이 장어덮밥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뻔한 사건이 있었다.
발단은 지난해 열린 제20차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총회였다.
당시 유럽산 뱀장어는 이미 CITES 부속서 Ⅱ에 등재돼 수출 허가 등 까다로운 요건이 적용되면서 사실상 상업적 거래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유럽산뿐 아니라 미국산, 아시아산 등 다른 뱀장어 종도 부속서 Ⅱ에 포함해 관리해야 한다는 유럽연합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커진 것이다.
국내에서는 실뱀장어를 수입해 양식, 유통하는 구조인 만큼 해당 안건이 통과될 경우 장어 양식업계를 비롯한 관련 산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에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업계와 전문가들은 반대 입장을 적극 전달하는 한편 뱀장어를 양식에 활용하는 동북아 국가들과 공조해 우호국 확보에 나섰다.
또 유럽연합이 '종 구별이 어렵다'는 이유로 전체 등재를 주장하자, 현장에서 신속하게 종을 판별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해 대응에 나섰다.
그 결과 해당 제안은 150여 개국이 참여한 논의와 투표 끝에 최종 부결됐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유럽연합이 향후 등재를 재추진하거나 개별 종 단위로 다시 시도할 수 있다"며 "국제 동향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류의 공공재인 바다에는 육상과는 다른 별도의 규율이 적용된다.
바다에 서식하는 생물은 물론 해저 탐사·개발, 선박 건조 방식, 선원의 노동 여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가 그 대상이다.
이와 관련된 규정은 식량농업기구(FAO), 국제해사기구(IMO), 국제노동기구(ILO) 등 유엔 전문기구를 비롯해 지역 해양 기구와 각종 해양수산 국제기구를 통해 정해진다.
이처럼 국제 질서 속에서 바다를 둘러싼 다양한 규범이 형성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입장과 이익을 반영해 국제 협력을 총괄하는 곳이 해양수산부 국제협력총괄과다.
그렇다면 국제기구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현재 우리나라는 해양수산부 공무원 4명이 5개 지역수산관리기구에서 의장 또는 부의장직을 맡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지표다.
사실 국제사회에서 이러한 위상이 형성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컨테이너 부두인 부산 북항 자성대 부두만 해도 1970년대 해외 원조로 건설됐다.
그러나 이제는 기후변화 대응, 양식업, 해기사 교육, 해양쓰레기 수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른 국가를 지원하는 위치로 올라섰다.
최근 10년 사이 정부개발원조(ODA) 사업 규모도 약 10배 증가해 올해 예산은 380억원 수준에 이른다.
비교적 최근까지 원조받았던 경험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사이의 입장을 조율하는 데 강점으로 작용한다.
국제 사회는 합의를 기반으로 유사한 이슈를 두고 장기간 논의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역할의 중요성이 크다.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조업 의심 선박에 대한 항만 서비스 이용 제한을 담은 국제협정(PSMA·항만국조치협정)도 언뜻 보면 당연히 합의돼야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타결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과거 우리나라는 규칙이 정해지면 이를 준수하는 데 머물렀지만, 이제는 의제를 제시하고 국가 간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개도국과 선진국 양측의 입장을 조정하는 가교 구실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우리나라는 바다를 둘러싼 국제적 갈등과 문제를 해양과학 기술로 해결하는 데 주력한다.
대표적으로 어획량을 둘러싼 수산업계와 환경단체 간 갈등의 경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평가하고, 이를 통해 합의점을 모색함으로써 갈등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해조류와 갯벌 등 블루카본의 탄소 흡수 기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국제 환경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강화하고, 전 세계 해저에서 채취된 시료를 통합 관리하는 국제해저기구(ISA)의 시료 은행 유치도 검토 중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국제규범 논의에서 우리나라의 입장을 효과적으로 반영해 국민의 삶과 산업 기반을 안정적으로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psj19@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