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관광이 단순한 여가형 여행을 넘어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산업 모델로 재조명되고 있다. 경기 관람이나 스포츠 활동 참여에 머물렀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숙박과 체험, 교육이 결합된 '체류형 관광'으로 빠르게 확장되는 모습이다. 스포츠관광의 패러다임 변화다.
스포츠관광은 그동안 경기 관람이나 스포츠 활동 참여를 위해 이동하는 형태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포츠 활동 자체보다 이를 중심으로 한 복합 경험이 강조되며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일각에선 스포츠관광은 스포츠가 목적이 아니라, 스포츠를 매개로 한 체류와 소비가 핵심으로 떠올랐다는 말이 나온다. 스포츠 활동 참여는 기본 요소로 자리 잡았고, 관광과 결합한 복합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관광은 다양한 형태로 세분화되는 추세다. 휴가와 스포츠가 결합된 '스포츠케이션(Sportcation)', 교육 요소를 결합한 '스포츠에듀케이션(Sporteducation)', 엔터테인먼트와 결합된 '스포츠엔터테인먼트(Sportstainment)'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스포츠관광이 단순한 레저 활동을 넘어 생활형 콘텐츠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관광 전문가들은 스포츠관광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체류형 인프라를 꼽는다. 관광 콘텐츠 자체보다 숙박, 교통, 연계 프로그램 등 장기 체류를 유도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 특화 콘텐츠 개발은 비교적 용이한 반면 숙박·교통·복합시설을 포함한 인프라 구축은 지자체와 민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물론 지자체가 체류형 인프라를 확충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예산 확보와 법적 절차, 지역 주민과의 갈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체류형 인프라 확보의 중요성은 해외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체류형 인프라 확보는 스포츠관광뿐 아니라 외지인의 지역 체류 확대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실제 해외에서는 체류형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맞춤형 도시재생 사례가 늘고 있으며, 기존 유휴시설을 체류형 관광 인프라로 전환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스페인 알리칸테주의 소도시 라누시아(La Nuc?a)에 위치한 시우다드 데포르티바 카밀로 카노(Ciudad Deportiva Camilo Cano)는 유럽의 스포츠관광시설 중 하나다. 국제 프로팀과 유소년 아카데미 등의 전지훈련 및 대회 장소로 활용된다. 이런 배경에는 체류형 인프라 시설 구축 등 소비자 입장을 고려한 개발 전략이 효과로 이어진 것이란 평가다. 잘 갖춰진 체류형 인프라 시설이 꾸준한 방문객 유입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포르투갈 최북단에 위치한 멜가수(Melga?o) 역시 다양한 훈련 시설과 체류형 인프라가 결합된, 스포츠케이션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분류된다. 멜가수는 '선수 맞춤형 인프라'와 '지역 자연 액티비티'를 융합해 관광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민호강의 풍부한 수량과 급류를 활용한 래프팅 프로그램을 비롯해 카누, 계곡 트레킹(캐니어닝), 산악자전거(MTB) 등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전문 선수단이 훈련하는 동안 동반한 가족이나 일반 레저 관광객들이 도시에 최소 일주일 이상 머무르며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체류 생태계'를 구축한 셈이다.
인구 7만 명의 소도시 니가타현 에치고쓰마리는 예술 프로젝트 '대지의 예술제'를 진행하고 있으며, 폐교와 빈집 등을 활용한 체류형 인프라 구축을 통해 도시재생에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공동체 붕괴 위기도 있었지만, '빈집, 폐교'를 지속 가능한 체류 인프라로 전환하며 지역 관광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에치고쓰마리는 예술제와 산악 트레일러닝 대회를 연계하는 등 체류형 인프라 시설을 바탕으로 스포츠 이벤트를 결합한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주요 지자체에서 관광을 지역경제 활성화 및 지역 소멸 위기 대안 카드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며 "스포츠 마케팅을 비롯해 다양한 관광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체류형 인프라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체류형 인프라라고 해서 많은 예산을 투입한 대규모 시설일 필요는 없다"며 "지역의 유휴 자산(폐교, 빈집)을 활용해 지역 특수성을 반영한 문화적 요소나 스포츠 콘텐츠 등을 결합해 체류형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관광 전문가들은 향후 스포츠관광의 경쟁력이 경기장 규모나 대형 이벤트 유치 여부가 아니라 체류 시간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단순 방문을 넘어 숙박과 소비, 문화 체험으로 이어지는 체류형 관광 생태계 구축이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