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투타 겸업'의 유망주 엄준상(18·덕수고)이 KBO 신인 드래프트를 패스하고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행선지는 BK로 불리던 '핵잠수함' 김병현이 마무리로 활약하며 우승 반지까지 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다.
애리조나 구단은 17일(한국시간) 엄준상과 계약금 150만 달러(약 22억 7000만 원)에 공식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올해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 시장에서도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파격적인 대우다.
계약을 마친 엄준상은 곧바로 애리조나의 홈구장인 피닉스 체이스필드를 방문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과 ESPN 등 현지 유력 매체들은 엄준상의 입단 소식을 전하며 그의 다재다능함에 주목했다. 매체들은 "엄준상은 견고하고 안정적인 수비력을 갖춘 유격수인 동시에, 마운드 위에서는 최고 시속 95마일(153km), 평균 91~92마일(146~148km)의 패스트볼을 던지는 '한국형 이도류(Two-way)' 스페셜리스트"라며 엄준상의 신체 조건(1m85, 93kg)과 야구 지능을 높게 평가했다.
"이상적인 신체 조건을 고려할 때 향후 타구 발사각을 조절하는 능력을 개선하면 가공할 만한 장타력(Slugger power)까지 장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격수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투수로서 다져진 강한 어깨(Plus-plus arm)가 유격수 송구 시 엄청난 어드밴티지로 작용하고 있고, 나이답지 않은 부드러운 풋워크와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한다"고 호평했다.
10대 투수에게서 보기 드문 뛰어난 제구력과 완성도를 언급하며 "동 나이대 아시아권 최고의 완성형 투수 중 한 명"이라며 오타니의 뒤를 이을 이도류로서의 가능성도 언급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마이크 헤이젠 단장과 토리 러벨로 감독은 엄준상의 합류에 극찬을 아끼지 않으며 구단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마이크 헤이젠 단장은 계약 직후 "우리는 엄준상의 탁월한 운동 능력과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에 전적으로 매료됐다. 유격수로서의 안정적인 수비력뿐만 아니라 마운드에서의 강인한 멘탈 역시 스카우트 팀으로부터 최고 등급의 점수를 받았다. 구단의 체계적인 마이너리그 육성 시스템을 통해 그가 지닌 잠재력을 100% 이끌어낼 것이며, 향후 팀의 중심축이 될 프랜차이즈 유격수로 성장시키겠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토리 러벨로 애리조나 감독 역시 "18세 소년의 스윙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배트 스피드가 빠르고 궤적이 훌륭하다"며 "일단 빅리그 안착을 위해 유격수 수비와 타격에 집중할 것"이라면서도 '투타 겸업'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문을 닫지는 않았다.
엄준상은 고교 통산 타자로 3년간 83경기에서 타율 0.341, 7홈런, 70타점을 기록했고, 투수로는 지난 2년간 16경기에서 5승 3패, 평균자책점 1.19, 53⅓이닝 동안 52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단 6개의 볼넷만을 허용하는 괴물 같은 성적을 남겼다. 지난해 U-18 야구 월드컵에서도 대표팀의 핵심 유격수이자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국제 무대 검증도 마쳤다.
부산고 하현승이 미국진출 대신 신인드래프트 참가를 천명한 상황.
엄준상의 미국 진출로 지난 시즌 9위, 8위인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게 됐다. 하현승 엄준상과 함께 고교 이도류 '빅3'로 평가받는 서울고 김지우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의 관심도 식지 않은 상황. 두산, KIA, 롯데 등 드래프트 상위 픽 구단들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1순위 대안 후보 찾기에 분주할 수 밖에 없다.
김병현에 이어 애리조나 역사상 두 번째 한국인 빅리거를 꿈꾸는 엄준상.
KBO 구단들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미국의 유력 매체들과 구단 수뇌부의 뜨거운 기대 속에 'K-오타니'의 힘찬 출발을 알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