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에너지 대사와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젖산에서 지방간 치료의 새로운 실마리를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고려대 안산병원 내분비내과 유지희 교수, 강원대병원 소화기내과 최대희 교수와 내분비내과 조은희 교수,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응우옌 지앙(Nguyen Giang) 연구팀이 젖산이 간세포 내 지방 축적을 유도하는 분자 기전을 규명하고 대사이상지방간질환(MASLD)의 새로운 치료 표적 가능성을 제시했다.
MASLD는 간세포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되는 만성 간질환으로, 전 세계 성인의 약 25~30%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비만과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유병률이 높으며 일부는 간경변과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현재 MASLD 치료는 체중 감량과 생활습관 개선이 기본이며 일부 환자에서는 약물치료가 가능하지만, 질환의 발생과 진행을 근본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연구팀은 젖산이 간세포 내 지방 축적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배양한 간세포에 젖산을 처리했다. 그 결과 지방 합성과 지방 흡수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발현이 증가하고 세포 내 지방 축적도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젖산 수용체인 GPR81의 발현 역시 증가했다.
추가 분석을 통해 젖산이 GPR81을 통해 AMPK의 활성을 억제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AMPK는 세포의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핵심 효소로, 연구팀이 AMPK를 인위적으로 활성화했을 때 젖산에 의해 증가했던 지방 축적이 감소했다. 이를 통해 젖산이 GPR81-AMPK 신호전달 경로를 활성화해 간 지방 축적을 촉진한다는 핵심 분자 기전을 규명했다.
또한 연구팀은 세포실험에서 확인한 결과를 동물모델 실험에서도 확인했다. 제브라피시에 젖산을 처리하자 간에서 선택적으로 지방 축적이 증가했으며, 고지방/고콜레스테롤 식이로 지방간을 유도한 마우스에서는 간 내 젖산 농도와 GPR81 발현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포실험에서 규명한 젖산-GPR81-AMPK 경로가 생체 내에서도 동일한 기전으로 작동할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운동 후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젖산의 영향을 분석한 것이 아니라, 비만과 제2형 당뇨병 등 대사질환 상태에서 증가할 수 있는 젖산이 간 지방 대사에 미치는 영향을 세포와 동물모델에서 분석한 기초연구라고 설명했다.
유지희 교수는 "전통적으로 대사 부산물로 여겨졌던 젖산은 최근 대사 조절에 관여하는 신호 전달 물질로 주목받고 있지만 간 지방 축적을 유도하는 구체적인 과정은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는 GPR81을 매개로 한 젖산의 작용 경로를 규명함으로써 MASLD의 발생 기전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통찰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인 최대희, 조은희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GPR81은 향후 지방간질환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으며 기초연구의 성과가 실제 환자 치료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당뇨병학회 공식 국제학술지 'Diabetes & Metabolism Journal'에 최근 게재됐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