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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신기자의開口]女팀추월의 아쉬움, "괜찮아요", "힘내요" 그 한마디 그렇게 힘들었을까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8-02-20 13:31


19일 여자 팀추월 레이스가 끝난 뒤 혼자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노선영.

19일 여자 팀추월 경기를 마친 뒤 울고있는 노선영을 밥데용 코치가 위로해주고 있다.

끝내 하나가 되지 못한 여자 팀추월 경기의 후폭풍이 거세다.

김보름과 박지우에게 비난이 계속 쏟아지고 있고, SNS로 비난을 비판하던 장수지도 도마위에 올라있다. 전 국가대표 장수지는 네티즌들의 비난에 '아무 것도 모르면서 아무렇게나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관심도 없다가 올림픽 시즌이라고 뭣도 모르고 보다가 선수들 상처만 준다. 어디 무서워서 국대 하겠나'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이에 비난이 거세지자 글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여기에 '김보름과 박지우의 자격박탈'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진행 중이다.

아직 경기가 남은 선수에게 쏟아지는 비난여론이 안타깝기도 하다. 하지만 경기를 지켜본 국민들은 너무나 화가 났다. 인터뷰를 듣고는 분노했다. '팀코리아'를 외치고, '우리는 하나다'를 가슴에 새겼던 우리들이다.

팀추월은 그런 '하나'가 되어야 하는 경기다. 3명이 한몸이 되어야 한다. 3번째 최종주자까지 들어와야 끝난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줘야 하는 경기다.

하지만 19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팀추월 경기는 아니었다.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은 하나가 되지 못했다. 노선영이 마지막 코너를 돈 뒤 체력이 떨어지면서 뒤로 처졌다. 김보름과 박지우는 치고 나갔다. 노선영은 따라가지 못했다. 간격이 크게 벌어졌다. 김보름이 2분59초대, 노선영은 4초 뒤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3분03초76, 8개팀 가운데 7위에 그쳤다.

이 장면만 해도 '이해'를 구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경기 뒤 인터뷰는 국민들을 더 자극했다. 동료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 누가 봐도 김보름과 박지우, 그리고 노선영은 '원팀'이 아니었다.





경기 뒤 현장에 있던 담당기자의 보고는 기자를 더 실망시켰다. 레이스 뒤 현장의 모습은 이랬다고 한다.

'가장 늦게 들어온 노선영은 얼굴을 무릎에 파묻고 눈물을 흘렸다. 밥 데용 대표팀 코치가 위로했다. 2조 경기가 끝나자 순위가 4위로 밀렸다. 선수들은 고개를 떨궜다. 김보름과 박지우, 둘만 링크 안쪽 선수존으로 이동했다. 잠시 후 노선영도 따라나섰다. 자리를 옮긴 뒤에도 노선영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의자에 앉아 고개를 파묻고 혼자 괴로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밥 데용 코치가 다시 노선영을 위로했다. 김보름과 박지우는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노선영을 등진 채,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잠시 후 김보름과 박지우가 일어나 믹스트존으로 나갔다. 노선영은 혼자 라커룸으로 빠져나갔다.'


'작전미스'였을 수 있다. 의사소통이 안돼서 일 수도 있다. 노선영이 지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2018년 1월26일 보도>에서 밝혔 듯이 '따로 훈련'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당시 인터뷰에서 노선영은 특정교 출신 일부 선수들이 태릉선수촌 외부에서 훈련을 해오며 컨디션을 관리하면서 제대로 훈련을 해보지 못했다고 주장했었다.

어쨌든 좋다. 아무리 그래도 "언니 괜찮아요", "고생하셨어요", "힘내요"라는 말한마디 건넬 수는 없었던 걸까. 눈물을 닦아주고, 등 한번 다독여 줄 수는 없었던 걸까. 팬들이 분노한 건 성적이 아닐 것이다. 하나 될 마음이 없었던, '따로 남'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상처 뿐인 영광'보다 '하나된 최선'을 보고, 느끼고 싶다.
강릉=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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