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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체육 청책포럼'전병극 문체부국장"낮은 자세로,듣는 일부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5-14 06:26



"귀담아 듣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의견, 염두에 두고 고민해보겠습니다."

지난 10일 오후 대전장애인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한 청책(聽策)포럼,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체육협력관(국장)은 장애인체육 관계자들이 제언을 마칠 때마다 이렇게 화답했다.

전 국장은 장애인체육 활성화를 위한 '청책포럼'의 실무 책임자다. 문체부는 7월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 정책 발표를 목표 삼았다. 첫 단추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청책포럼'이다. 전 국장은 전국 4개권역에서 열리는 청책포럼 참석은 물론, 현장 진행자 역할까지 도맡고 있다. 2시간동안 쉬는 시간 없이 이어진 청책 포럼에서 귀를 활짝 열었다. 관심 가는 대목을 그때그때 메모했다. 참신한 의견이 나올 때면 귀를 쫑긋 세웠다. "좋은 의견입니다. 정리해서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요청도 했다.


포럼 후 다음 일정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전 국장을 붙잡았다. 인터뷰 요청에 손사래 쳤다. 할 일을 하는데 내세울 것 없다는 뜻이다. 평창패럴림픽 후 정부가 장애인체육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는 설득 끝에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전 국장은 청책포럼의 배경을 묻는 질문에 "장차관님(도종환 장관, 노태강 차관)의 장애인체육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크다. 패럴림픽 현장에서 '레거시'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컬링, 아이스하키 훈련을 한밤중이나 새벽에 한다는 선수들의 고충을 듣고 그동안 소홀했던 것이 아닌가라는 자성이 출발점이 됐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패럴림픽 폐막 직후인 3월20일 국무회의에서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직접 지시했다. 패럴림픽 기간 내내 현장을 지킨 도종환 문체부 장관 역시 장애인체육의 열렬한 팬이다.

청책포럼 현장의 열기는 뜨겁다. 전 국장은 "소통 자체를 좋아하시는 것같다. 현장에서 반론, 불만의 소리도 나오지만, 어떤 의견도 낮은 자세로 듣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일이 듣는 것이다. 공무원의 기본은 잘 들어주는 것이다. 제안 주신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다. 모든 것을 한번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스포츠 분야지만 251만 장애인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바랐다.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준비한 지난 500여 일, 전 국장은 장애인체육 현장을 발로 뛰었다. 패럴림픽 이후 장애인체육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면서 더 바빠졌다. 장애인전용시설 개보수 비용 149억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지만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장애인들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생활체육시설 건립과 전문선수들을 위한 경기장 신설도 과제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이를 채울 '소프트웨어'인 지도자 프로그램, 운영 프로그램 등도 다양하게 준비해야 한다. 현장에선 지도자 처우, 자격증 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도 쏟아지고 있다.

전 국장은 장애인 체육시설 관계자, 특수체육학회 학자, 4개권역 장애인 체육종사자를 연일 만나고 있다. 복지부, 교육부, 행자부, 과기부 등 유관부서 과장급 실무회의를 통해 협업 체계도 점검했다. 박종철 대한장애인체육회 생활체육부장은 "국장님은 '열공(열심히 공부)'하신다. 수많은 자료를 섭렵하고, 다양한 전문가들을 계속 만나면서 이제 우리보다 현장을 더 많이 아시는 것같다"고 귀띔했다. 정작 전 국장은 "장애인과 장애인체육에 대해 아직 잘 모른다"고 스스로를 낮췄다. "잘은 모르지만 '장애'라는 것은 다른 것 아니냐, 평창패럴림픽은 전국민에게 공감의 계기가 됐다. 다름을 공감하고, 어울릴 수 있는 능력, 선진사회의 바로미터는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전 국장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다. 미사여구로 꾸미지 않는 화법 속에 따뜻하고 일관된 시선이 읽힌다. 전국 방방곡곡의 목소리를 들어온 소감을 묻자 "장애인체육 현장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렵다"고 진단했다. "2006년 보건복지부에서 장애인체육이 분리돼 문체부로 이관된 후 아직은 걸음마 단계, 제도화 수준이다.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지만 더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체부에 청춘을 바친 50대 공무원은 이제 '패럴림픽의 레거시' 장애인체육 활성화를 위해 모든 열정을 쏟고 있다. "장애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는 연륜도 필요한 것같다. 함께 일하는 후배 사무관들에게도 이야기한다. 30~40대에는 (귀에) 잘 안들어올지 모른다. 세상이 공평하고 평등할 것 같지만, 출발부터 차이가 있는 이들도 있지 않나. 다름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계기다. 이런 프로젝트를 하고 나면 많이 배우고, 많이 성장한다"고 했다. 일하는 보람이 클 것 같다는 말에 전 국장은 이 짧은 한마디로 답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대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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