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을 하늘이 높으니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하늘은 푸르렀다. 그 푸르름이 땅까지 번졌다. 푸른색의 티셔츠를 입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하나가 되는 제4회 슈퍼블루마라톤이 성황리에 치러졌다.
13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 내 평화공원. 동이 트지 않은 이른 새벽부터 푸른 티셔츠 차림에 푸른색 끈을 운동화에 동여맨 남녀노소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마라톤 참가자에 가을 소풍을 겸한 가족들까지 총 8000여명이 몰려들었다. 눈 깜짝할새 상암벌은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2014년부터 문을 연 슈퍼블루마라톤은 매년 참가자가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3000여명이 더 늘었다. 그만큼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도 확산일로다.
슈퍼블루마라톤은 (사)스페셜올림픽코리아와 롯데가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해 진행중인 '슈퍼블루 캠페인'의 일환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달리며 장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고 편견의 벽을 낮추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이날 행사장에는 고흥길 스페셜올림픽회장, 나경원 스페셜올림픽코리아명예회장, 염수정 천주교서울대교구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이성관 스포츠조선 대표이사, 홍성호 유니클로 대표이사, 정승인 세븐일레븐 대표이사 등이 자리를 빛냈다.
|
|
나경원 명예회장은 "여기 오신 분들 마라톤을 좋아해서 오셨나요? 그럼 장애인 인식개선 운동에도 같이 하는 것도 맞죠"라고 운을 뗀 뒤 "사실 2012년과 2013년 장애인 인식개선 걷기 대회를 했었다. 이후 2014년부터 마라톤으로 전환을 했다. 다섯 가지 약속 중 한 가지는 '장애인에게 도움을 줄 때는 먼저 물어보세요'다. 여러분들의 생각에는 '장애인들이 이것이 필요할거야'라고 생각하지만 장애인들은 그 도움이 아니라 다른 것이 필요할 수 있다. 어떤 친구가 '신발을 갈아 신는 건 할 수 있는데 교문까지 같이 갈 친구가 필요하다'고 하더라. 장애인들에게는 먼저 물어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
|
|
|
|
▶헉헉! 숨차도 환한 얼굴, 8000여명이 즐긴 축제
프로야구 LG트윈스 치어리더팀의 치어리딩에 맞춰 몸을 푼 참가자들이 차례로 출발선에 섰다. 이날 마라톤은 수준별 3개 코스로 진행됐다. 잔디광장을 출발해 성산대교를 돌아오는 5km의 슈퍼블루코스(장애인), 상암에서 가양대교를 돌아오는 10km 코스, 가양대교와 마포대교를 돌아오는 하프코스다. 특히 장애인과 함께 걷고 뛰는 슈퍼블루코스에선 비장애인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장애인들과 함께 걸으며 인식개선에 적극 동참했다.
16분 만에 5km 완주자들이 결승점에 모습을 드러냈다. 백광영씨(남·16분51초)와 류승화씨(여·18분22초)가 각각 남녀 1위를 기록했다. 10km 코스에선 서우석씨(남·33분19초)와 김영아씨(여·42분44초)가 1위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프코스에선 안대환씨(남·1시간22분16초)와 마호 모리타씨(여·1시간44분27초)가 선수 못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사실 순위는 큰 의미가 없었다. 저마다 완주메달을 목에 건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디지털 인증기록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쏟아지는 땀방울 사이로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
|
|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이날 '함께'라서 행복했다. 아니, '함께' 뛰어 더 행복했다. 하늘로 날려보낸 푸른 풍선처럼 모두가 자유로웠고 하나였다. 돌아가는 발걸음은 새털처럼 가벼웠다. 상암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