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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스토리]씨름 부활 선봉, '씨름돌'은 왜 눈물을 흘렸을까

기사입력 2019-11-22 05:37


허선행(양평군청)이 19일 오후 충남 예산군 윤봉길체육관에서 열린 '위더스제약 2019 천하장사 씨름대축제' 태백급(80kg 이하)장사 결정전(5전3선승제)에서 문준석(수원시청)을 3-2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허선행이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를 갖고 있다.

허선행은 이번 대회로 생애 첫 태백장사에 등극하며 꽃가마를 탔다.
예산=김보라 기자 boradori@sportschosun.com/2019.11.19/

[예산=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울었지만, 웃기도 했어요."

정상에 오른 '씨름돌' 허선행(20·양평군청)이 쑥스러운 미소를 슬그머니 지어 보였다.

지난 19일, 허선행은 생애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그는 충남 예산의 윤봉길체육관에서 펼쳐진 2019년 위더스제약 천하장사 씨름대축제 태백장사(90㎏ 이하급) 결정전(5전3승제)에서 문준석(28·수원시청)을 세트스코어 3대2로 제압하고 장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올 시즌 양평군청에 입단한 '신인' 허선행은 데뷔와 동시에 태백장사에 등극했다.


사진제공=대한씨름협회
정상에 선 씨름돌, 기쁨과 안도의 눈물

허선행은 우승이 확정된 순간 눈물을 펑펑 흘렸다.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의 기쁨이 눈물로 넘쳐흘렀다. 그는 "처음으로 우승해서 정말 좋았어요. 그동안 옆에서 응원해준 감사한 분들도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어요"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단순히 '기뻐서' 운 것만은 아니다. 부담감을 털어냈다는 안도감도 담겨 있었다.

이유가 있다. 허선행은 '씨름돌'(씨름+아이돌의 합성어)의 대표주자다. 훈훈한 외모로 온라인 상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허선행 등 씨름돌을 통해 씨름에 입문했다는 젊은 팬도 많다. 실제로 태백급 경기가 열린 날에는 허선행의 팬클럽이 경기장을 찾아 열띤 응원을 펼쳤다. 높아진 인기. 감사한 마음만큼이나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허선행은 "많이 응원해주시는데 그에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어요"라고 털어놓았다.

사실 씨름돌에 대한 평가는 아직 엇갈린다. 외모'도' 훈훈한 선수라는 입장과 외모'만' 내세운다는 평가로 나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씨름돌 박정우(26·의성군청) 역시 엇갈리는 시선을 잘 알고 있었다. 박정우는 "'얼굴과 비교해 실력이 없다'는 댓글을 봤어요. 기분이 좋지는 않았죠. 하지만 그 댓글도 관심이 있기에 가능한 것으로 생각해요. 실력도 좋다는 것을 보여드려야죠"라고 말했다.


씨름돌은 큰 관심을 받는 만큼 성적에 대한 부담도 더 크다. 박정우는 "이번에 8강에서 (허)선행이와 붙었어요. 저를 이기고 4강에 간 만큼 반드시 우승하라고 했죠. 다행히도 선행이가 장사에 올라서 마음이 좋아요. 저 역시도 지난 단오대회 때 태백장사에 오른 만큼 팬들께 실력으로도 보여드린 것 같아 다행이죠"라며 웃었다.


허선행(양평군청)이 19일 오후 충남 예산군 윤봉길체육관에서 열린 '위더스제약 2019 천하장사 씨름대축제' 태백급(80kg 이하)장사 결정전(5전3선승제)에서 문준석(수원시청)을 3-2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허선행이 마지막 판에서 들배지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허선행은 이번 대회로 생애 첫 태백장사에 등극하며 꽃가마를 탔다.
예산=김보라 기자 boradori@sportschosun.com/2019.11.19/
이슈 생긴 씨름, 관심 이어가는 것이 관건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씨름돌 덕분에 씨름에 대한 관심이 조금은 높아졌다는 것이다. 인근 중학교에 다닌다는 양혜원 양(15)과 손선희 양(13)은 "박정우 허선행 선수를 보기 위해 왔어요. 잘생겼는데 씨름도 잘해요"라고 말했다.

대한씨름협회 관계자는 "2년 전에 '나는 씨름선수다'라는 영상을 제작해 동영상 사이트에 올렸다. '씨름 선수=몸집이 크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제작했는데, 당시에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최근 그 영상이 화제가 됐다. 덕분에 그동안 주된 관객이던 중장년층을 넘어 10~20대 젊은 팬도 생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허선행과 박정우는 '나는 씨름선수다'의 주인공이다.

'씨름 레전드' 이만기 교수는 "대한민국의 상황과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내가 선수로 뛰던 1980년대는 덩치가 큰 사람이 많지 않았다. 90~100㎏ 선수들이 나와서 경기하는 것을 보고 다들 놀랐다.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몸집이 크지 않은 선수가 기술 씨름을 하면서 다이내믹하게 경기를 풀어낸다. 스피드 씨름이 재조명 받고 있다"며 "선수들도 기술을 업그레이드 하고, 팬 사랑에 보답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협회도 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등의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베테랑' 황재원(33·태안군청) 역시 "지금의 이 관심을 잘 살려서 더 좋은 씨름 환경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박정우는 "이제 이슈가 되고 있다고 봐요. 그 시작점에 우리가 있는 거라고 생각하죠. 앞으로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씨름판이 달라질 것 같아요. 씨름계에 실력 좋은 선수가 많아요.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테니, 많은 응원 부탁 드립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예산=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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