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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주쌤은 정말 대단해요. 마흔의 나이도 그렇지만, 1년 넘게 쉬고 나서 저런 플레이를 보여준다는 게…."
주세혁은 이번 대회 후배들을 줄줄이 제치고 개인단식 4강에 올랐다. 장우진과의 맞대결에서 0대3으로 패하며 아쉽게 결승행은 놓쳤지만, 20대 후배들을 보란 듯이 돌려세우는 '깎신'의 경지는 경이로웠다. 맏형의 책임감은 묵직했다. 주세혁은 "신생팀의 사정상 제가 뭐라도 해야 한다. 먼저 희생하고 헌신해야 한다"고 했다. 주세혁은 단체전, 개인단식, 복식, 혼합복식까지 전종목을 다 뛰었고, 2종목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8일 KGC인삼공사와의 단체전 4강에서 주세혁은 제1단식 주자로 나섰다. 상대 에이스 임종훈을 3대0으로 꺾으며 기선을 제압했고 게임스코어 3대0 완승으로 결승행을 이끌었다. 9일 이어진 결승에서도 주세혁의 마사회는 '초호화군단' 삼성생명을 상대로 분투했다. '맏형' 주세혁의 강인한 정신력이 정상은, 백광일, 박찬혁 등 후배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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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제자이자 후배인 조대성의 궁금증을 대신 전했다. 1년여의 공백 후에도 변함없는 기량을 유지하는 이유를 묻자 당연하다는 듯 "원래 쉬면 더 잘된다"고 답했다. "야구, 축구선수들도 재활하고 돌아와서 다시 잘하지 않나. '쉬면 안된다'는 것은 편견이다. 불안해서 그런 거지 기술은 절대 도망가지 않는다"고 했다. 클래스는 영원하다. 복귀 후 혹독한 두세 달 적응기를 거친 후 예전 기량이 살아났다. "처음 몇 달은 공이 너무 빨리 와서 못받겠더라. 다리가 마음처럼 잘 안움직였다. 그런데 두세 달 경기를 하다보니 저절로 컨디션이 올라왔다." 'K리그 1강' 전북 현대에서 마흔의 나이에 변함없는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이동국의 활약상을 언급하자 주세혁은 "잘 알고 있다"며 반색했다. 세월을 거스르는 베테랑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주깎신' 역시 "공이 가는 길이 보이고, 수가 보이고, 상대 심리가 보인다"고 했다.
돌아온 녹색 테이블에서 후배들과 함께 땀흘리는 삶은 그 어느 때보다 만족스럽고 자유롭고 행복하다. 어떤 것에도 미혹되지 않는 나이, '불혹의 깎신'은 이제 즐기는 경지에 올라 있었다. "지금처럼 아프지 않고, 후배들과 재미있게 건강하게 탁구를 즐기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올 한해를 마무리하는 대회, '깎신'이 남긴 마지막 한마디가 귓전에 맴돌았다. "인조이 라이프, 헬시 테이블테니스(Enjoy life, Healthy Table tennis)."
춘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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