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창간30주년 특집]1990~2020 스포츠조선과 함께한 한국스포츠, 우리를 웃고 울린 30가지 사건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20-03-23 06:00


1990년 창간한 스포츠조선은 지난 30년 간 한국 스포츠 역사의 목격자이자 전달자였다. 언제나 스포츠의 생생한 현장 가까이에서 선수들의 땀과 눈물, 그리고 환희와 좌절을 지켜봐 왔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가장 먼저 팬들에게 전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스포츠조선의 30년 역사는 한국 스포츠의 30년 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셈이다.

지난 30년간, 한국 스포츠사(史)에는 무수히 많은 일들이 기록됐다. 일일이 다 되짚어보려면 책 한 권으로도 어림없을 역사들,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장면들이다. 이 기간 동안 7번의 하계 올림픽, 8번의 동계올림픽, 그리고 8번의 월드컵이 벌어졌다. 특히 2002년과 2018년에는 월드컵과 동계올림픽을 국내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스포츠조선은 창간 30주년을 맞이해 이 기간 동안 벌어진 한국스포츠사의 30가지 명장면을 심사숙고해 선정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세 기간(1990~2000, 2001~2010, 2011~2020)으로 구분했으며 사건의 순서는 중요도가 아닌 시간 순서로 정했다.

◇파트 1. 1990년부터 2000년까지.

▶분단 이후 첫 남북 단일팀의 감동(1991)=여전히 냉전의 이데올로기가 지배하고 있던 1990년대 초반. 첨예하게 대립하던 남과 북은 스포츠를 통해 평화를 향한 첫 걸음을 떼었다. 1991년 초, 남북 체육회담 합의사항에 의해 그해 4월 일본 지바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분단 후 첫 남북 단일팀이 참가했다. 하나된 '코리아'는 단체전 우승을 거두며 전 국민에게 감동을 안겼다.

▶한국 최초의 동계 올림픽 메달 획득(1992)=1992년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은 하계 올림픽과 같은 해 열린 마지막 대회. 역대 동계 올림픽 메달 기록이 없던 한국은 스피드스케이팅 간판스타 김윤만이 1000m 종목에서 깜짝 은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 기록과 불과 0.01초 차이. 한국 동계 올림픽 최초의 메달이었다. 이후 쇼트트랙 김기훈이 한국 동계 올림픽 첫 금메달을 선물했다.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가 이룬 쾌거(1992)=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피날레를 장식한 건 마라토너 황영조였다. 한국 국적의 첫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육상 종목 유일한 금메달이기도 하다. 한국은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 12개를 따내며 종합 7위를 달성했다.

▶쇼트트랙이 선사한 감동(1994, 1998)=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은 한국 쇼트트랙이 세계 최강임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다. 쇼트트랙에서만 금메달 4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따냈다. 김기훈과 전이경이 2관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쇼트트랙 이외 종목에서 메달이 전무해 쇼트트랙 메달 편중 한계를 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1998년 나가노 동계 올림픽에서도 쇼트트랙에서만 메달이 나왔다. 전이경은 두 대회 연속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메이저리그 개척자, 박찬호의 도전(1994)=한양대 시절 강속구 투수로 주목을 받았던 박찬호.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 입단했다. 1996년 감격의 메이저리그 첫 승을 따냈고, 1997년 5선발 자리를 꿰찼다. 1997년 14승, 1998년 15승을 거두며 다저스의 1선발로 우뚝 섰다. 박찬호의 선발 경기가 열리는 날, 전국민은 TV 앞에 모여 한마음으로 응원가를 보냈다.


▶한국 축구의 새로운 스타, 홍명보의 탄생(1994)=한국 축구 역대 가장 인상적인 도전이 아니었을까. 1994년 미국 월드컵은 한국 축구 발전의 초석이 됐다. 세계 최강 스페인, 독일과 한 조에 묶였지만 스페인전 2대2 무승부, 독일전 2대3 분패로 전 세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스페인전과 독일전 중거리슛을 성공시킨 홍명보의 존재감을 알린 대회이기도 했다.

▶한국 유도의 황금 시대(1996)=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유도 대표팀이 한국을 살렸다 해도 과언이 아닌 대회였다. 전기영, 조민선의 금메달 포함,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의 역대 최고 성적을 일궈냈다. 전기영, 조민선은 유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차범근 감독, 월드컵 대회 중 초유의 경질(1998)=한국 축구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첫 경기 멕시코전 패배로 힘이 빠졌다. 2차전 우승후보 네덜란드 상대로 0대5 대패하자 차범근 감독이 대회 도중 경질이 되는 초유의 사태를 벌어졌다. 마지막 벨기에전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한국 축구 아픔의 역사로 남았다.

▶맨발의 투혼, 국민 울린 감동(1998)=한국 여자 골프의 레전드 박세리가 미국 LPGA 무대에 진출한 첫 해. 맥도날드 챔피언십 우승 이후 최고 권위 대회인 US 오픈 우승으로 IMF 시절 힘들었던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선물했다. 특히 신발과 양말을 벗고 연못에 들어가 공을 칠 때, 중계화면에 잡힌 까맣게 탄 종아리와 대비되는 하얀 발은 지금도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금메달보다 감동적이었던 야구 동메달(2000)=금메달만큼 감동적이었던 순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야구 대표팀의 3, 4위전 승리 장면이었다. 동메달을 두고 숙적 일본과 마주한 한국은 '일본 킬러' 구대성이 마쓰자카와의 맞대결에서 9이닝 1실점, 감동의 완투승을 따냈다. 8회 터진 이승엽의 결승 2루타 장면은 이 대회의 하이라이트였다.

◇파트 2. 2001년부터 2010년까지

▶붉게 채색된 2002년 대한민국의 여름(2002)=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썼다. 한 경기, 한 경기가 가슴을 터지게 하는 감동의 드라마였다. "나는 아직 배고프다"와 같은 주옥같은 명언, 거리응원 문화, 박지성과 같은 스타가 탄생했다. 한국의 4강 진출은 월드컵 역사를 통틀어 최대 이변 중 하나로 꼽힌다.

▶56호와 잠자리채(2003)=2003년 10월 2일 대구 삼성-롯데전. 이승엽은 2회말 첫 타석에서 시즌 56호 홈런을 때렸다. 왕정치가 49년간 보유하던 아시아 홈런 신기록(55호골)을 경신한 순간.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기록이 나와 더 짜릿함을 선물했다. 이승엽의 홈런을 잡고야 말겠다는 팬들의 집념이 담긴 잠자리채 열풍이 일기도 했다.

▶아테네 정복한 셔틀콕 전설의 절친(2004)=2004년 아테네 올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 결승에서 한국은 전 세계 시청자들의 넋을 빼놓았다. 결승전은 김동문-하태권(이상 삼성전기)과 이동수-유용성(이상 삼성전기), 한국 선후배간 맞대결로 펼쳐졌다. 치열한 승부 끝에 한살 아래인 김동문-하태권조가 2대0으로 이겼다. 김동문 하태권이 보여준 절친의 힘. 1975년생 동갑내기인 둘은 전주 진북초, 전주서중, 전주농림고, 원광대, 삼성전기까지 동고동락한 사이다.

▶우생순 신화(2004)='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요즈음 스포츠계에서 '불굴의 투지'와 동의어로 쓰인다. 전설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쓰여졌다. 임영철 감독이 이끈 여자 핸드볼팀은 결승에서 덴마크를 만나 편파판정의 악재 속에서도 꿋꿋이 승부 던지기까지 올라갔으나, 2대4로 패하며 눈물 흘렸다. 30대 노장이 절반 이상이던 이 팀의 애환을 담은 영화 우생순(2008년 개봉)은 흥행에 성공했고, 핸드볼팀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박지성X이영표 꿈의 무대로(2005)=박지성과 이영표가 2002년 한일월드컵을 마치고 히딩크 감독을 따라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에 입단, 유럽에 입성했다. 한국인 유럽파 성공사례가 드물었던 시기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은 2005년 여름 나란히 '꿈의 무대'로 불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발을 내디뎠다. 박지성은 당대 유럽 최고의 팀 중 하나였던 맨유에서 2012년까지 뛰며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스리그 등 13개의 우승트로피를 따냈다. 이영표도 토트넘에서 3시즌 동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테크노 골리앗과 K-1(2005)=2000년대 중반 국내 스포츠계 최고 이슈메이커는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이었다. 씨름 천하장사 출신으로 당시 국내에선 낯선 종목 K-1에 진출해 세간을 놀라게 했던 최홍만은 3월 데뷔전인 월드그랑프리서울에서 우승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레미 본야스키와의 K-1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8강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황제'를 꺾은 '탱크'(2007)=최경주의 '탱크샷'에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전까지 '잠룡'으로 여겨졌던 최경주는 2007년 잭 니클러스가 주최한 메모리얼 토너먼트와 우즈가 호스트로 나선 AT&T 내셔널 대회에서 당대 최고인 우즈, 비제이 싱, 어니 엘스 등 '빅3'를 제치고 당당히 우승했다. 세계랭킹에서도 한국인 최초 톱10에 진입, 명실공히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야구 드라마(2008)=국민타자 이승엽은 "너무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경문 감독은 "하늘을 나는 것 같다"며 웃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한국 야구대표팀은 금메달 신화를 썼다. 매 경기가 드라마였다. 김 감독의 '믿음'이 더해져 9전 전승 퍼펙트 우승을 써 내려갔다. 2012년 런던과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밀렸던 야구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다시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됐다. 감독은 다시 김경문이다.

▶전북 현대 시대가 열렸다(2009)=전북 현대는 2000년대 초중반 FA컵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지만, K리그에선 우승 한번 없는 비주류였다. 2005년 최강희 감독을 만난 뒤 이동국 에닝요 루이스로 이어지는 화려한 공격진을 앞세운 전북은 2009년 구단 최초로 K리그를 제패하면서 신흥명문으로 부상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7차례 K리그에서 우승했다.

▶피겨퀸의 세계 평정(2009, 2010)=2007년 신드롬을 일으킨 김연아는 2009년 한해에 출전한 5개 대회를 모두 석권하며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드디어 올림픽 무대, 그녀는 흔들림 없이 트리플 세계 신기록을 작성하는 금빛 향연으로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를 눌렀다. 세상은 피겨퀸의 연기에 황홀했다.

◇파트 3. 2011년부터 2020년 현재.

▶정정당당 잃었다, 승부조작과 불법도박(2011, 2012, 2013)=2011년 K리그를 시작으로 2012년 프로야구, 프로배구에서 승부조작 또는 경기 조작 사실이 드러났다. 급기야 2013년에는 프로농구 감독이 승부 조작 혐의로 구속됐다.

▶류현진이 열었다, 제2 MLB 시대(2013)=박찬호 김병현에 이어 류현진이 MLB 성공 시대를 열었다. 류현진은 2013, 2014, 2019년 세 차례나 개인 최다인 14승을 챙겼다. 그는 2020년 LA다저스를 떠나 토론토에서 새 출발에 나선다. 류현진의 뒤를 이어 김광현도 MLB에 도전장을 냈다.

▶여제가 끝냈다, 박인비의 천하통일(2015)='골프여제' 박인비가 걸어온 길은 화려하다. 2015년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했고,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필드 위 천하를 통일했다. 하지만 그의 역사는 진행 중이다. 2020년 개인 20승을 달성하며 새 역사를 썼다.

▶'손샤인' 손흥민의 EPL 성공 가도(2015)=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를 거쳐 토트넘의 유니폼을 입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6~2017시즌부터 3연속 EPL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명실상부 '월드클래스'로 자리잡았다.

▶'자타공인' 세계최강, 대한민국 양궁의 힘(2016)=역시 세계 최강이었다. 대한민국 양궁대표팀은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사상 첫 '전종목 석권' 역사를 썼다. 특히 여자 단체전에서 1988년 서울올림픽을 시작으로 8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며 '넘사벽'으로 군림했다.

▶어두운 손길, 체육 비정상의 정상화(2016)=대한민국 스포츠가 특정 권력 앞에 무기력하게 고개 숙였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속속 드러난 스포츠와 정치권의 결탁. 비리의 온상이 된 체육계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향해 다시 달리고 있다.

▶하나된 열정, 평창동계올림픽(2018)=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열린 동계올림픽. 환희와 감동이 공존한 축제 한마당이었다. 무엇보다 북한의 참가, 남북 공동 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등을 통해 전 세계에 평화 메시지를 전했다.

▶최강 독일 제압, 공은 둥글다(2018)=축구공을 둥글었다. 한국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잡는 저력을 선보였다. 해외 언론은 '독일이 한국에 패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은 대회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라며 놀라움을 전했다.

▶골든 보이의 탄생, U-20 준우승 신화(2019)=대한민국 남자축구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서 처음으로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2019년 폴란드 FIFA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기록했다. '에이스' 이강인은 골든보이를 거머쥐었다.

▶프로스포츠 올 스톱,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자리(2020)=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앞에 대한민국 뿐 아니라 전세계 프로스포츠가 백기를 들었다. 농구와 배구 등 실내 종목은 시즌 중단을 선언했다. 프로축구와 프로야구는 개막을 연기했다. 시작도 전에 문을 닫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원만 김 용 윤진만 김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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