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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서울 중랑구 용마폭포공원 내 스포츠클라이밍장, 이른 아침부터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은 물론 부산, 충주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초등학생 클라이머들이 알록달록 암벽 아래 올망졸망 모여들었다.
대한체육회가 주최하고 대한산악연맹이 주관하는 '청소년 스포츠 한마당' 스포츠클라이밍 대회, '제2의 김자인'을 꿈꾸는 20여 개팀 100여 명의 어린이, 청소년 참가자들이 출전했다.
방역수칙을 엄수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안전한 야외에서 사회적 거리 유지 가능한 스포츠클라이밍은 코로나 시대 맘껏 달리며 더 높이 날아오르고 싶은 아이들에게 최선의 대안이자 위안이었다. 코로나 극복의 의지를 담아 참가자 전원이 'OVERCOME(극복)'이라는 영문 형태로 늘어선 퍼포먼스는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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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회는 9세 이하(U-9), 12세 이하(U-12), 15세 이하(U-15), 18세 이하(U-18)부로 나뉘어 치러졌다. 각 팀당 5명, 이중 '학생선수'는 50% 이내, 5명 중 3명 이상은 일반학생 참가를 원칙으로 했다. 순위를 가리는 방식은 리드(제한시간 내 가장 높이 오르기)와 스피드(15m 암벽 빨리 오르기) 2종목 점수 합산, 여학생 출전시 가산점을 5점 부여했다.
기대에 찬 눈망울로 암벽을 올려다보는 아이들 틈새로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암벽여제' 김자인의 후예, 국가대표 서채현(신정여고)이었다. 서채현은 지난해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리드 종목 세계랭킹 1위로, 당당히 도쿄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냈다. 서채현은 이날 아버지 서종국씨가 운영하는 클라이밍장에서 함께 훈련해온 '선수 후배'와 암벽은 난생 처음인 쌍둥이 사촌동생들로 꾸려진 U-12 '서클트윈' 팀을 뒤에서 열혈 응원했다. '서클트윈'이라는 팀명은 유다경-유다연(이상 인천 하늘초), 김누리-김나래(이상 청룡초) 등 두 쌍의 쌍둥이를 의미했다. 팀원 5명 중 선수는 '국대'를 꿈꾸는 김비결, 유다경양 2명뿐. 쌍둥이 중 한 명인 유다연양은 비선수, '이란성 쌍둥이' 김누리군, 김나래양은 딱 한번 실내암벽장에서 홀드를 잡아보고 대회에 나섰다. '일일코치' 서채현이 대회 시작 전 함께 홀드 위치를 보며 손동작으로 아이들에게 특급작전을 전수했다.
5분 내 가장 높이 올라가는 선수가 승리하는 첫 리드 종목, '선수' 김비결양이 다람쥐처럼 잰 몸놀림으로 마지막 홀드의 터치패드를 찍으며 완등에 성공하자 '서클트윈'이 "와!" 환호성을 내질렀다. "채현 언니같은 국가대표가 꿈"이라는 김비결양은 "문제가 어려웠지만 하나하나 해결하고 올라가면서 재미를 느꼈다. 마지막 구간이 어려웠지만 끝까지 가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며 완등의 환희를 전했다. 청소년한마당 대회에 대해 "선수와 일반 친구들이 같이 하는 것도 재미있고, 단체전으로 서로 응원해주는 것도 재미있다"고 평했다. "나는 선수니까 선수가 아닌 동생들도 봐줘야 하고, 선수로서 책임감 있게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열심히 하다보니 완등할 수 있었던 것같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스피드 부문에서는 '선수' 유다경, 김비결양의 양보 없는 진검승부가 흥미진진했다. '비선수 쌍둥이' 유다연양 역시 남다른 운동신경으로 거침없이 홀드를 잡고 오르며 숨겨진 재능을 드러냈다.
U-12 부문에선 '미래국대아이들'이 1위, '서클팝콘'이 2위, '남양주클라이밍'이 3위, '해운대바다'가 4위, '서클트윈'과 '충주시스포츠클럽'이 나란히 5위에 올랐다. 즐기는 스포츠한마당, '서클트윈'에게 순위는 중요치 않았다. '선수' 유다경양은 '비선수' 유다연양의 활약상에 대해 "다연이가 못할 것 같다기에 무조건 올라가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높이 올라가서 깜짝 놀랐다"며 칭찬했다. 난생 처음 대회에 나선 김누리-나래 쌍둥이 역시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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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참가자중엔 형제, 자매, 남매가 함께 나선 경우가 유독 많았다. '충주시스포츠클럽' 최소연, '희망을 오르락' 최혜연, '꿈을 오르락' 최지훈(이상 국원초) 삼남매는 온가족이 다 함께 일주일에 2번씩 클라이밍을 즐긴다. 스포츠클라이밍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맏언니 최소연양은 "문제를 풀고 성공하고 나면 기분이 정말 좋아요"라고 하자 동생 최혜연양은 "자꾸 떨어지지만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해요"라며 활짝 웃었다. '꿈을 오르락' 황서연 '희망을 오르락' 황준혁(이상 국원초) 남매는 클라이밍에 입문한지 6개월째 "너무 재미있다" "다음 대회에도 꼭 다같이 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완등과 함께 U-12부문 1위에 오른 '미래국대아이들'의 선수, 이하율군(구지초)은 "완등할 때 스릴도 있고, 설명 못할 성취감, 짜릿함이란 것이 있다"며 스포츠클라이밍의 매력을 전했다.
선수, 학생, 온가족이 스포츠를 통해 하나 되는 청소년 스포츠 한마당을 2년째 진행중인 대한체육회 김정미 학교체육부장은 "날씨도 싸늘한데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참가한 모습을 보니 너무나 뿌듯하다"며 흐뭇해 했다. "최근 학생선수 수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 일반학생과 선수들이 함께 어우러짐으로써 더 많은 학생들이 스포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선수와 학생이 한팀으로 이뤄져서 경기를 하다보면 서로 도와주고 가르쳐주고 배우는 시너지 효과도 날 수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 시대 활발한 신체활동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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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클라이밍을 더 열심히 해서 건강한 학생, 멋진 선수로 자라나길 바란다!"는 국대 언니의 메시지에 '서클 트윈' 동생들이 도쿄올림픽 응원으로 화답했다. "스포츠클라이밍 화이팅! 서채현 화이팅!"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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