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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씨름이 원래 이런 종목이었나요."
냉정히 말해 씨름의 존재감은 점점 옅어져 갔다. 1980년대 국민 스포츠로 각광받던 기억은 '영광의 시간'에 불과했다. 21세기에도 씨름은 아직 이만기와 강호동에 머물러 있었다.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은 2018년 말. 씨름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남북 공동 등재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씨름돌(씨름+아이돌)' 붐이 일어났다. 글로벌 동영상 사이트에 오른 한 씨름 영상이 수백만 뷰를 달성하며 국내외 팬들을 끌어 모았다. 씨름이라고 하면 '명절에 어르신들이 보는 것', '덩치 큰 사람이 하는 경기' 등의 편견을 확 씻어냈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니 익숙해지는 것은 당연. '씨름 황제' 임태혁(수원시청)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 뒤)인지도가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늘었다. 편지도 많이 써 주시고, SNS에 응원 글도 많이 남겨주신다. 경기 전에 팬들의 응원 글을 보면서 힘을 얻는다. 씨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창록(영암군민속씨름단)도 "최근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늘었다. 팬이라며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주신다. 신기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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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씨름협회도 변화에 동참했다. 최근 글로벌 동영상 사이트에 새로운 채널을 개설해 팬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천하장사 등 메이저대회는 물론이고 민속 씨름 리그도 전 경기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체급별 선수들 인터뷰 및 씨름 설명서 등의 콘텐츠를 통해 팬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씨름 마니아층은 확실하다. 특히 어르신들께서는 씨름 경기를 관심 갖고 즐겨 보신다. 하지만 젊은층은 그렇지 않다. 씨름을 더 많은 분들이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젊은 팬의 유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SNS는 젊은층이 주로 사용하는 만큼 그들을 타깃으로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유진 프리랜서 홍보 전문가는 "'씨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이만기와 강호동이었다. 여자 씨름이 도입됐다는 것 자체도 익숙하지 않다. SNS,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많이 노출될수록 익숙해진다. 고정 프로그램이 아니라 게스트 출연으로도 도움이 된다. 대중이 한 번 더 찾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씨름은 과거에 멈춰있는 이미지였다. 최근 다양한 루트를 통해 노출이 되는 만큼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분석했다.
김기태 영암군 민속씨름단 감독은 "시즌 중에 그것도 방송 중인 프로그램에 중간 투입된다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씨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면서 "확실히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 어디를 가도 다 알아봐 주신다"며 웃었다. 이어 김 감독은 예능을 통해 팬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는 씨름의 '붐 업'을 약속했다. "재미있고 신선하다고 해주신다. 긍정적 평가가 있는 만큼 더 열심히 하겠다. 무엇보다 본업인 씨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씨름의 부흥기를 이끌 수 있도록 힘쓰겠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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