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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비주류의 반란' 조선대 김동현 감독 성공스토리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21-03-12 06:42


2021 전국대학실업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 여자 대학부 단체전 우승을 일군 조선대 선수들과 김동현 감독(오른쪽). 사진제공=한국대학배드민턴연맹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기다려줬을 뿐인데…."

누가 봐도 '파이터 예능인' 김동현 못지 않은 외모인데 여린 소년처럼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런 '전라도 사나이'를 바라보며 타 팀 감독들도 자신의 경사인양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조선대 배드민턴팀을 이끌고 있는 김동현 감독(40) 이야기다. 조선대는 최근 열린 '2021 전국동계대학·실업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 여자대학부 단체전 우승을 차지했다.

조선대 배드민턴팀 창단(1998년) 이후 전국대회 단체전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 여름철선수권 여자단식 우승, 2020년 학교대항전 여자복식 우승-준우승한 게 최고 성적이었다.

김 감독이 조선대에 부임한 것은 2014년. 7년을 벼른 끝에 창단 23년 만의 첫 우승을 학교에 안겼으니 감정이 북받쳐오를 만도 하다. 주변에서 축하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른바 '비주류의 기적'이다. 조선대가 얼마나 힘든 환경을 극복했는지 동료 감독들이 더 잘 알고있었다.

한국대학배드민턴연맹에 따르면 조선대같은 지방 대학팀들은 비인기 아마추어 종목에 대한 지원이 크게 열악하다. 스카우트는 엄두도 못내고 이른바 '급'이 떨어지는 비주류 선수들을 받을 수밖에 없다. '좋은 선수'는 명문학교로 다 빠져나가고 '남는 선수'를 받아야 하는데 학교의 지원이 열악하면 그마저도 어렵다. 조선대는 선수용 기숙사와 훈련장이 없어서 광주시체육회의 도움으로 버텨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조선대는 '땡큐팀'이라 불렸다. 조선대를 만나면 승리가 보장되니 '감사하다(땡큐)'는 의미다.


조선대 단체전 우승을 일군 선수들이 여대생답게 발랄한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조선대



'만만한 팀'을 '우승팀'으로 만든 비결에 대해 김 감독은 "먼저 이해하고, 기다려줬다"고 말했다. 그는 "제자들이 자식뻘이다. 아픔이 있는 자식에게 윽박지른다고 되겠나. 한없이 안아주고 격려했다"면서 "기다림 끝에 값진 화답을 받으니 되레 고마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인해 훈련장은 모두 폐쇄된 가운데 비대면 훈련으로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김 감독만의 노하우가 있었다. 마냥 체력단련만 시킬 수는 없어서 '헌볼'훈련을 착안했다. 광주 염주체육관 옆 공터에서 훈련용으로 쓰다 낡은 셔틀콕(헌볼)을 가지고 기술훈련을 하도록 한 것. 외부 극한 환경에서 단련했으니 실내체육관은 '식은 죽 먹기'가 되는 원리다.

김 감독은 우승의 진짜 비결은 따로 있다면서 홍성길 광주시배드민턴협회 회장과 유갑수 광주은행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빼놓지 않았다. 홍 회장은 예산이 없는 조선대팀을 자비를 들여 지원해 왔다. 벌써 4년째다. 이번 대회에서도 "선수들 잘 먹여라"며 300만원 가량을 출전비로 쾌척했다. 유 감독은 인원 부족으로 훈련 파트너가 없는 조선대팀을 위해 광주은행 선수를 훈련 상대로 내줬다.

지도자의 꿈이 있어 대학 졸업 후 일찌감치 지도자가 된 김 감독. 율곡초등학교, 광주체육중을 거치며 무명팀을 다크호스로 만든 그는 이번에도 조선대를 그렇게 만들었다.

김 감독은 "내가 잘난 게 아니다. 주변 어른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면서 "이번 우승을 계기로 우리 제자들이 조금 더 관심받고 운동하는 날이 오길 바랄 뿐…. 다시 기다리겠다"며 또 눈물을 글썽거렸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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