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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일본)=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두 수 앞을 본 과감한 투자. 결과는 확실했다.
양궁에는 '올림픽 메달보다 태극마크 다는 것이 더 힘들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치열한 내부경쟁을 통해 태극전사를 선발한다. 금메달리스트에게도 '특혜'는 없다. 매년 '제로베이스'에서 선수를 뽑는다. 선수들은 태극마크를 지키기 위해, 혹은 국가대표에 뽑히기 위해 더욱 이를 악물고 훈련한다. 실력이 상향되는 것은 당연한 일.
남은 것은 대한양궁협회의 일이다. 선수들이 대회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뽐낼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한다.
양궁협회는 이번 대회 도입된 '심박수 중계'를 대비해 시뮬레이션을 마쳤다. 올림픽 중계 영상을 만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 올림픽주관방송사(OBS)가 선수들의 심박수를 실시간으로 중계화면에 띄우기로 했다. OBS가 심박수를 중계 영상에 활용하려는 것은 중계를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서다.
양궁협회는 올 초부터 심박수 측정 시스템을 도입해 훈련에 활용해왔다. 2019년 세계선수권 직후 회장사인 현대자동차 이노베이션 부서와 함께 센서 착용 없이 영상 카메라로 심박수 측정을 하는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올 초에는 완성된 시스템을 대표팀 훈련에 도입했다. 자체 평가전 TV 중계 화면 제작에도 심박수 측정 시스템을 사용했다.
끝이 아니다. 양궁협회는 코로나19 변수를 대비해 상비군 제도를 운영했다. 2021년 양궁 국가대표는 남녀 각 8명. 이 중 3명씩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하지만 코로나19 탓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르는 상황. 양궁협회는 상비군 제도를 운영했다. 선수단 전원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동일하게 훈련했다. 양궁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누구든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상비군 선수들은 올림픽 대표 선수들과 훈련하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전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양궁협회가 몇 년 전부터 '만약'을 대비했다는 것. 양궁협회는 2019년 11월 열린 도쿄프레올림픽에 출전 선수 남녀 각 3명과 함께 상비군을 함께 출격 시켰다. 상비군은 관중석에서 경기장을 지켜보며 국제 무대를 간접 체험했다. 이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맏형' 오진혁은 "2019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5위를 했다. 테스트이벤트에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양궁협회에서 상비군까지 현장에 보냈다. 한 발 떨어져서 경기를 봤다. 그때 동선, 햇빛의 방향, 바람의 세기 등을 느꼈다. 당시의 경험이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현대가 양궁을 맡아 지금까지 30여년간 총 4000만 달러(약 460억원)를 투자했다. 대표팀을 위한 과학적인 연구를 포함해 장기적인 지원을 해왔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05년 5월 대한양궁협회장에 오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16년간 한국 양궁계를 지원해왔다. 이번에도 미국 출장을 마치고 곧바로 양궁장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했다. 안 산 김우진 등과 직접 통화하며 응원했다는 후문. 여기에 정몽구 명예회장까지 합세해 응원전을 펼쳤다. 회장님의 응원과 지원은 그야말로 든든했다.
스포츠는 과학이고 자본이다. 더 이상 '헝그리정신'으로만 성적을 기대할 수는 없다. 양궁협회는 그 힘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도쿄(일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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