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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바(일본)=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부족해서…."
류한수는 자타공인 한국 레슬링의 간판이다. 그는 '동갑친구' 김현우와 함께 한국 레슬링을 이끌어 왔다. 세계선수권대회(2013·2017년), 아시안게임(2014·2018년), 아시아선수권(2015년)을 석권했다. 도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박장순 심권호 김현우에 이어 한국 레슬링 4번째 그랜드 슬램의 주인공이 된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한국 레슬링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류한수 역시 코로나19 확진 뒤 완치되는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한국은 단 두 장의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류한수는 그레코로만형 130㎏급의 김민석(28)과 단 둘이 일본 땅을 밟았다. 제대로 된 훈련조차 어려웠다. 그의 어깨에 한국 레슬링의 자존심이 걸려 있었다.
16강전. 상대는 모하메드 이브라힘 엘 사예드였다. 류한수는 경기 시작 20초 만에 메치기를 당하며 0-4로 밀렸다. 뒤이어 그라운드 기술로 2점을 잃었다. 점수는 0-6. 류한수는 물러서지 않았다. 후반 들어 거세게 상대를 몰아 붙였다. 경기 종료 19초를 남기고 6-7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승패를 뒤집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류한수는 6대7로 고개를 숙였다.
경기를 마친 류한수는 지친 모습으로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섰다. 류한수는 한 차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하지만 차오르는 눈물을 막기에는 역부족했다. 이내 고개를 떨구고 한참을 숨죽여 울었다. 그렇게 2분. 류한수가 가까스로 입을 뗐다. "죄송합니다. 부족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던 류한수. 그는 "마지막 올림픽이다. 후회 없는 경기를 하려고 했다. 초반에 대량실점을 했다. 따라가려다보니 잘 되지 않았다. 상대가 지쳤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할 수 있다', '내가 챔피언이다' 이런 생각을 되뇌면서 끝까지 따라가려고 했다. 부족했다"고 돌아봤다.
류한수는 2016년 리우에서도 8강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는 "리우 때의 일이 반복되는 것 같아서 죄송하다. 맏형이다. (김)현우와 약속한 것도 있다.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 후회가 남을 것 같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더 많은 선수들이 나와서 원팀으로 '으?X으?X' 더 좋은 결과를 냈을 것이다. 우리가 더 조심했어야 했다. 그런데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내 나이가 너무 많다. (파리올림픽은) 솔직히 아직 모르겠다. 훌륭한 후배들이 많다. 선수는 내일 그만두더라도 오늘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배웠다. 금메달만 보고 왔다. (패배 뒤) 하체가 두 번 풀렸다. (패자부활전을 간다면) 열심히 하겠다. 죄송하다"며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지바(일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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