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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언니, 축하해요! ", "민경아, 너무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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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스포츠 '쇼다운'은 얼핏 오락실 '에어하키'를 연상시킨다. 1977년 시각장애 캐나다인 조 루이스가 개발한 종목으로, 직사각형 테이블 양쪽에서 두 선수가 고글을 쓰고 나무배트를 든 채 구슬이 든 공을 치고 받으며 상대 '골 포켓'에 공을 집어넣는 게임이다. 3전2선승제, 11점제. 공이 포켓에 들어가면 2점, 파울시엔 상대가 1점을 가져간다.
이날 여자부 1위 안민선의 반전 승부는 인상적이었다. 결승에서 1세트를 7-11로 내준 후 2세트를 11-2, 3세트를 11-4로 따내며 역전 우승했다. 헬스키퍼(국가공인 안마사)로 일하는 안민선은 "2018년 우리동작센터에서 쇼다운을 처음 접할 때만 해도 국가대표는 상상도 못했다"며 웃었다. "재밌어서 치다보니 입상도 했고, 국가대표도 됐고, 목표도 생겼다. 더 잘하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도 하고 클라이밍도 한다"고 했다. 쇼다운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그녀는 "모두 똑같이 눈을 가린 동등한 상황에서 소리를 듣고 공격하고 수비하는 아주 공평한 종목"이라고 답했다. "소리만 듣는 종목이다 보니 집중력을 키울 수 있고, 신나게 즐기다 보면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다"고 했다. 장애-비장애인,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종목이다. "고글만 착용하면 모두 똑같다. 비장애인들도 쇼다운을 통해 장애인들의 입장을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에게도 부상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안전한 종목이라 정말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베테랑 안민선의 국제대회 최고성적은 핀란드 대회 5위. 안민선은 8월 영국 월드게임을 앞두고 "이종경 선수의 우승 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상위권 목표를 갖고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쇼다운 입문 4년차에 첫 태극마크를 달게 된 이민경은 "결승에서 비록 졌지만 존경하는 스승같은 민선언니와 결승전을 할 수 있어 영광이었고 함께 국가대표로 영국에 갈 수 있게 돼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승자와 패자가 서로를 다독이고 인정하는 쇼다운의 동료애 또한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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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부 1위 한현종은 2017년 중도실명 후 2018년 안마를 배우기 위해 간 한빛맹학교에서 쇼다운을 처음 접했다. 쇼다운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그는 "제2의 인생"이라고 했다.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재활하고 사회로 돌아오는 데 큰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쇼다운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도 사귀고 정신적으로 단단해질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상대 공을 막으면서 다음 공격 서너 수를 미리 생각한다는 '두뇌플레이어' 한현종은 "멘탈도 좋아지고 집중력, 공간지각력도 좋아진다"는 쇼다운 예찬론을 이어갔다. '월클' 이종경을 꺾고 1위로 선발된 한현종은 "친한 형(이종경)이 사고를 치고 와서 벌써 어깨가 무겁다"며 웃었다. "실업팀도 없고 지원도 미흡한데 '우리동작'에서 동호인들끼리 진심으로 새벽까지 즐겼던 쇼다운이 세계대회에서 통한단 걸 증명해 기뻤다"는 그는 "3월 말 체코 프라하컵에 자비로 나간다. 열심히 경험을 쌓아서 영국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다짐을 전했다. 이종경 역시 자부심 넘치는 각오를 전했다. "시각장애인으로서 '국위선양'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한국 시각장애인을 대표해 빛나는 결과를 얻어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부담도 되지만 저 말고도 훌륭한 한국 선수들이 많다. 동료들을 믿고 함께 발전하면서 좋은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