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볼]'매닝가' 진정한 황제는 셋째 일라이였다

기사입력 2012-02-06 14:42


◇일라이 매닝이 슈퍼볼 우승컵인 빈스 롬바르디를 들고 웃고 있다. 사진캡처=ESPN 홈페이지

1971년 뉴올리언스에 입단, 두 차례나 올스타에 뽑힌 쿼터백 아치 매닝(63)은 세 아들을 풋볼 선수로 키웠다.

첫째 쿠퍼(38)는 와이드 리시버였다. 하지만 미시시피 대학 시절 부상으로 일찍 꿈을 접었다. 둘째 페이튼(36)은 아버지의 최고 자랑이었다. 피는 진했다. 쿼터백인 그는 인디애나폴리스의 역사를 바꿨다. 최단 시간 4000회 패스 성공, 최장 거리 패싱(5만4828야드) 등을 기록했다. 현역인 그는 리그 MVP(최우수선수)에 4차례 올랐고, 2007년 슈퍼볼 정상 정복에 성공했다. 그 해 슈퍼볼 MVP도 거머쥐었다.

셋째 일라이(31)는 '덤'으로 생각했다. 큰 형이 다닌 미시시피대를 졸업한 그도 아버지와 둘째 형에 이어 쿼터백으로 뛰었다. 2004년 샌디에이고 차저스행을 거부한 일라이는 뉴욕 자이언츠 입단에 성공했다. 이듬해 주전 자리를 꿰찼지만 '형만한 아우가 없다'는 설움을 받았다. 늘 페이튼과 비교됐고, 그늘에 가렸다.

일라이는 6일(한국시각) 둘째 형의 안방인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루카스오일스타디움에 섰다. 무대는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제46회 슈퍼볼이었다.

종료 1분을 남겨두고 그는 터치다운을 향해 돌진하던 아흐메드 브래드쇼에게 소리쳤다. "득점 하지마, 득점 하지마(Don't score, don't score)." 그 순간 1야드를 남겨 둔 브래드쇼는 멈췄다. 하지만 속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터치다운을 찍었다. 21-17로 전세를 뒤집었다. 57초가 남았다. 일라이는 굳이 터치다운을 성공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시간을 모두 소진한 후 필드골(3점)만 성공시켜도 18대17로 이길 수 있었다.

상대는 NFL 최고의 쿼터백 톰 브래디(35)가 포진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다. 충분히 역전에 성공할 수 있는 시간이다. 과거를 되돌릴 순 없었다. 일라이는 벤치에서 가슴을 졸였다. 경기 종료와 함께 브래디의 마지막 패스가 50야드를 날아가 뉴욕의 터치다운 진영에 꽂혔다. 뉴잉글랜드 선수가 잡으면 역사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볼은 그라운드를 찍었다.

일라이의 날이었다. 브래디를 또 따돌렸다. '매닝가'의 진정한 영웅으로 우뚝 섰다. 빈스 롬바르디(슈퍼볼 우승트로피)는 다시 한번 뉴욕을 품에 안았다. 뉴욕은 손에 땀을 쥐는 혈투 끝에 뉴잉글랜드를 21대17로 물리쳤다.

4년 만의 재격돌이었다. 두 팀은 2008년 슈퍼볼에서 만났다. 당시 운명은 4쿼터에서 갈렸다. 3-7로 뒤지던 뉴욕은 터치다운을 2개 성공시켜 전세를 뒤집었다. 뉴잉글랜드는 1개의 터치다운에 그쳤다. 17대14, 역사의 주인공은 뉴욕이었다. 뉴욕은 4년, 뉴잉글랜드는 2005년 이후 7년 만의 우승을 노렸다.


일라이가 이끈 뉴욕은 4쿼터에서 환희를 재현했다. 1쿼터에서 9-0으로 앞선 뉴욕은 2, 3쿼터에서 역전을 허용했다. 15-17로 뒤졌다. 4년 전처럼 4쿼터에서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다. 종료 57초를 남겨두고 브래드쇼가 마침표를 찍었다. 6점을 추가한 뉴욕은 21대17로 4년 만에 챔피언에 올랐다.

일라이는 40개의 패스 시도 중 30개를 성공시켰다. 296 패싱 야드를 기록했다. 브래디(276 패싱야드)는 '일라이의 저주'에 또 울었다. 그는 새로운 기록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브래디는 포스트시즌서 통산 16승을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전성기를 이끈 전설의 조 몬테나와 최다승 타이 기록이다. 2001~2002시즌 주전자리를 꿰찬 브래디는 2002, 2004, 2005년 3차례 슈퍼볼 우승을 경험했다. 일라이를 넘을 경우 자신의 4번째 슈퍼볼 우승과 NFL 역사상 포스트시즌 최다승 기록을 경신할 수 있었다.

둘째 형도 넘어섰다. 페이튼은 화려했지만 한 차례 슈퍼볼 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날 슈퍼볼 두 차례 우승의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2008년 슈퍼볼에서 역전승을 이끌어 생애 첫 MVP를 수상한 일라이는 짜릿한 반전으로 이날 또 다시 MVP에 선정돼 생애 2번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역대 슈퍼볼에서 MVP를 두 차례 이상 거머쥔 선수는 5명에 불과하다. 최다는 몬테나로 세 차례 영광을 안았다. 일라이는 "슈퍼볼에서 우승을 거두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힘든 시즌을 치르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믿은 동료들이 있어 우승이 가능했다. 그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린다"며 환하게 웃었다.

뉴욕이 슈퍼볼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4번째다. 올해 66세로 감독으로는 최고령으로 슈퍼볼 우승을 차지한 톰 커플린 감독은 "모든 선수와 코치가 함께 훌륭한 일을 해냈다. 전반에는 지고 있었지만 하프타임에 선수들에게 더 잘할 수 있다고 다독였다. 이후 결과는 승리 뿐"이라며 기뻐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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