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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밀리면 끝이다."
일본과의 8강전, 1-2단식을 먼저 내주고 3-4-5단식을 따냈다.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마지막 한포인트를 위해 테이블 밑으로 몸을 던지는 김경아의 투혼은 승리로 보상받았다. 이후 주변사람들에게 질문을 많이 받았다. "4-8의 스코어를 뒤집은 건 실력인가 경험인가?" 김경아는 망설임 없이 "경험의 힘"이라고 답했다. "결국 마지막에 이긴 건 경험의 힘이다. 가스미는 이기고 싶은 열망이 너무 강해 긴장했고, 나는 '모아니면 도'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결정내지 않으면 끝이라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과감해졌다"고 했다. 궁극의 수비전형 김경아의 승부수는 궁극의 공격이었다. 풀세트 접전을 독하게 이겨냈다. 김경아는 일본과의 8강전 한판 승부를 탁구 인생에서 평생 잊지 못할 명장면으로 꼽았다. "5단식, 마지막 5세트에서 4-8 스코어를 14-12로 뒤집고, 그것도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는 일본을 상대로… 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35세 여전사, 롱런의 비결은 변화
김경아의 변화는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단체전 동메달을 딸 때도 한차례 변화를 시도했다. "지나가는 아저씨들조차 수비만 잘해서 어떻게 이기냐는 이야기를 하더라"고 했다. '수비는 세계 최고지만 공격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흘려듣지 않았다. 오랜 복식 파트너이자 절친 후배인 '공격형 수비수' 박미영(31·삼성생명·세계 28위)에게도 자극받았다. 8대2 정도였던 수비-공격의 비율을 7대3까지 끌어올렸다. 이번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또다시 변화를 꾀했다. "한번 깨는 것이 어렵지 두번째는 쉽더라. 내 탁구의 컨셉트를 완전히 새로 짰다"고 했다. 공격적 수비형의 대세인 후배 서효원(25·한국마사회·세계 46위)의 탁구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박미영은 커트볼 공격을 잘한다. 지금 대세는 서효원이다. 서브와 롱볼 드라이브가 좋다. 커트를 하다 드라이브를 하는 건 세계적인 추세다. 수비가 살아남으려면 그걸 해야 한다"고 했다. '극강의 수비' 중간중간 끼어드는 박자를 흐트리는 공격에 상대가 당황했다. "어느 순간 하향세인 것 같다가 어느 순간 올라와 있고… 후배들도 나를 보며 의아해한다. 누구나 탁구에 과도기가 있다. 그 과도기는 무조건 겪어내야 한다. 좋은 건 받아들여야 한다. 그걸 한번 깨고 나니 편해졌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김경아의 수비형 탁구는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여자 수비전형의 세계적인 레전드라는 칭찬에 "오래 하니 강한 인상을 주긴 하는 것 같다"며 사람좋게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