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끝난지 8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8개월이라는 시간은 족히 80년은 되어보였다.
16일 2012년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가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렸다. 1년전 달구벌을 뜨겁게 달구었던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흔적은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TV중계도 없었다. 예산문제로 주관방송사 섭외에 난항을 겪었다. 지상파 3사를 대표하는 KBS가 1억5000만원을 제시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홍보도 부족했다. 대구 시내에는 대회 개최를 알리는 현수막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구스타디움 주변에만 몇 장 날릴 뿐이었다.
초청 선수들의 면면도 떨어졌다. A급 선수는 여자 100m스타 카멜리타 지터(미국) 정도였다. 모두들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몸을 사렸다. 극동까지 올 이유가 없었다. 저스틴 게이틀린(남 100m) 등 한 물간 선수들 정도만 대구를 찾았다.
예산 부족 탓이 가장 컸다. 세계선수권대회를 하기 전 대구국제육상대회의 예산은 35억원선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예산은 더욱 줄었다는 것이 육상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한국 육상의 기록도 저조했다. 이번 대회에서 런던올림픽 기준기록을 통과한 선수는 단 한명도 없었다. 한국 육상의 간판스타 박태경(남자 110m 허들)과 정상진(남자 창던지기)은 컨디션 조절을 이유로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여자 100m허들의 1인자 정혜림 역시 13초34로 9명 가운데 6위에 그쳤다. 다들 6월 초에 대전에서 열릴 66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를 대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다만 관중들만이 그날의 감동을 기억했다.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1만명 이상의 관중들이 모여 초여름밤의 육상 대제전을 만끽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유일한 유산이었다. 대구=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