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은 30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코퍼박스에서 열린 덴마크와의 런던올림픽 예선 B조 2차전에서 덴마크를 25대24, 1골차로 물리쳤다. 덴마크와의 악연은 뿌리깊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결승전에서 연장접전 끝에 패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날 언니들이 당한 패배를 아우들이 보란듯이 설욕했다. 짜릿한 1점 차 승리에 너나할 것없이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결승전을 방불케할 만큼 뜨거운 열전이었다. 스페인과의 1차전에서 31대27로 승리했던 한국은 난적 덴마크까지 잡아내며 쾌조의 흐름을 이어갔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선수들은 하나같이 에이스 김온아의 부상을 언급했다. 이날 조커로 투입돼 빛나는 활약을 선보인 이은비는 "원래 4개월동안 윙 훈련만 했는데 온아 언니의 부상으로 센터에 서게 됐다. 언니의 몫까지 센터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뛰었다"고 털어놨다. 이날 고비 때마다 눈부신 선방을 선보인 '미녀 골키퍼' 주 희는 "원래 온아언니가 코트에서 '집중하라!'고 큰소리로 리드를 많이 해주는데 오늘은 나오기 전에 '잘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 숙소에서 TV로 보고 있겠다고 했다. 이기면 8강이 확정되기 때문에 반드시 이겨야 할 게임이라 생각했다. 언니를 생각하며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강재원 여자대표팀 감독은 최근 자신감이 부쩍 올라온 주 희를 심해인 이은비 등과 함께 최고의 수훈 선수로 꼽았다. 신들린 선방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특유의 투혼을 선보인 베테랑 우선희 역시 "온아가 빠지면서 다들 더 똘똘 뭉친 것같다"고 했다. 경기 직후 선수들이 눈물을 쏟은 것에 대해 "사실 다들 속으로 걱정을 많이 했다. 해낼 수 있을까? 잘할 수 있을까? 팀에 폐가 되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으로 함께 이겨냈다. 덴마크전은 특별하니까 더 감격스러웠던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강 감독 역시 "김온아의 부상 이후 팀이 더욱 융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위기 속에 더욱 강한 응집력을 드러내고 있다. 강 감독에 따르면 당초 알려졌던 십자인대 등 심각한 부상은 아니다. 왼쪽 무릎 슬개골 아래 근육이 일부 파열된 상태다. 물리치료를 통해 조심스럽게 재활을 하며 4강전 이후를 가늠해보고 있다. 김온아 자리를 대체할 P카드(예비카드) 사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온아 덕분에 더욱 단합이 잘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지해(삼척시청) 권한나(서울시청) 이은비(부산시설관리공단) 등 어린 공격진의 응집력도 끈끈하다. 최임정 등 베테랑들이 수비에 적극 가담하며 신구 조화를 이뤄내고 있다"며 현 분위기를 이어갈 뜻을 밝혔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