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호흡을 했다. 그리고는 활을 들었다. 웃을 때 초승달같이 바뀌는 눈매가 날카로운 매의 눈으로 바뀌었다. 활시위를 당겼다. 과녁을 응시한 뒤 화살에 혼을 실어 과녁으로 보냈다.
'얼짱 궁사'는 기보배를 설명하는 말이 됐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자신을 예쁘게 봐주는 것이 좋고 감사했다. 하지만 얼짱 뒤에는 무서운 칼이 숨겨져 있었다. 조금이라도 성적이 좋지않으면 관심에 비례하는 비난이 일었다. 당장 스타가 됐던 광저우에서 경험했다. 개인전 8강전에서 떨어지자 악성댓글들이 달렸다. 상처도 많이 많았다.
답은 성적 밖에 없었다. 광저우아시안게임 이후 기보배는 더욱 더 훈련에 매진했다. 방송 출연과 광고 요청도 정중히 거절했다. 걸어야할 길이 있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을 원했다. 단체전도 중요했지만 개인전도 욕심났다. 기보배는 아직 개인전에서는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11년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는 32강전에서 떨어졌다.
화살에 혼은 물론이고 사명감도 실었다. 한국 여자양궁은 1984년 LA대회에서 서향순을 시작으로 2004년 아테네 박성현까지 6개 대회 연속으로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다. 유일하게 2008년 베이징대회에서 중국의 텃세에 밀려 금메달을 내주었다. 끊어진 금맥을 이어야 했다. 기보배의 동료 최현주는 16강전에서, 이성진은 8강전에서 탈락했다. 동료들의 몫까지 해야만 했다.
기보배의 활을 떠난 화살은 9점에 박혔다. 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쉽지는 않았다. 슛오프까지 가는 피말리는 접전이었다. 5대5(27-25, 26-26, 26-29 30-22 26-27)로 비긴 뒤 슛오프에서 8점을 쐈다. 로만도 8점을 쐈지만 기보배의 활이 좀 더 과녁 중심에 들어가면서 승리가 확정됐다. 기보배는 환하게 웃으며 기뻐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초승달 눈웃음이 아직 해가 쨍쨍한 런던 하늘을 수놓았다.
런던=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