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람(26·계룡시청)은 강인했다. 믹스트존에 들어서서 활짝 웃었다.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나는 행복할 때는 울지 않는다"고 했다.
신아람은 지난달 30일 브리타 하이데만(독일)과의 여자 에페 준결승에서 다잡은 은메달을 놓쳤다. 심판과 시간 계측원이 마지막 남은 1초를 지나치게 길게 잡은 탓에 4차례나 공격을 허용하다 역전패했다. 1시간이나 피스트(펜싱 코트)에서 오열했지만 판정은 끝내 번복되지 않았다.
5일 새벽(한국시각) 엑셀 런던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에페 단체전 결승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중국에 25대 39로 역전패했지만, 세계 2위다. 세계 랭킹 10위가 일궈낸 '쾌거'다. 8강에서 세계 최강 루마니아를 돌려세우며 메달을 예감했다. 행복한 기분을 아낌없이 발산했다. 금메달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신아람은 "동료들과 함께 있을 때 더 강해진다. 혼자 딴 메달이 아니라 동료들과 함께 딴 메달이라 더 의미 있다"며 웃었다. "특별 메달이니, 공동 은메달이니 하는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으려 애썼지만 조금은 흔들렸다"고 털어놨다. IOC에서 공동 은메달 요청을 거부했다는 이야기에 "애초에 내가 바란 것이 아니었다"며 쓰라린 마음을 훌훌 털어냈다.
정효정(28·부산시청), 최인정(22·계룡시청), 최은숙(26·광주 서구청) 등 동료들은 "신아람의 오심 사건 이후 똘똘 뭉쳤다"고 입을 모았다. "할 수 있다. 올라갈 수 있다"라는 말로 서로를 북돋웠다. 신아람이 겪은 아픔을 반드시 씻어주고 싶었다. 8강, 4강에서 믹스트존 인터뷰도 마다했다. 목표는 금메달, 경기에만 집중하고 싶었노라고 했다. 놀라운 팀워크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펜싱의 5일 연속 메달, 여섯번째 메달이었다. 스스로 아픔을 이겨낸 '칼의 노래'는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