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체육이희망이다]국내최초 동탄초 크리켓팀'국대의 꿈'

최종수정 2012-12-26 09:40

크리켓의 위켓키퍼는 야구의 포수에 해당한다. 동탄초등학교 크리켓팀 윤창원 교사가 위켓키퍼에게 마스크를 씌워주고 있다. 화성=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2.12.18.

◇국내 최초로 초등학교 크리켓팀을 창단한 동탄초등학교 크리켓팀 윤창원 지도교사가 학생들 앞에서 배팅 시범을 보이고 있다.   화성=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2.12.18.

◇국내 최초로 초등학교 크리켓 팀을 창단한 경기도 화성시 동탄초등학교 윤창원 체육교사가 타석에 들어선 배트맨에게 크리켓 배팅법을 지도하고 있다. 화성=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감배산로, 제2신도시 개발이 한창인 동탄 한모퉁이에 고즈넉한 미니학교가 있다. 11학급 209명의 학생들이 다니는 동탄초등학교, 교문 앞에 '전국 최초 초등학교 크리켓팀 창단'이라는 플래카드가 힘차게 나부꼈다. 학창시절 스타TV를 보며 크리켓에 열광했고, 교사 최초로 크리켓 지도자 자격증까지 따낸 '열혈 체육선생님' 윤창원 교사(39)가 발로 뛰며 땀으로 빚어낸 '작은 기적'이다.

14세기 영국 귀족들이 시작한 크리켓은 신사의 스포츠다. 규칙에 대한 항의 없는, 정정당당한 페어플레이를 요구한다. 윤 교사는 '이츠 낫 크리켓(It's not cricket)'이란 관용구를 언급했다. 영국에서 어떤 행위가 공평하지 못하거나, 도덕적으로 옳지 않을 때 흔히 쓰는 말이다. 그만큼 '깨끗한 종목'이다. 어린 제자들에게 크리켓을 알리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다.

크리켓 유소년팀을 절실히 원하는 국내 상황과도 타이밍이 맞아떨어졌다. 현재 크리켓 협회국은 104개국, 영연방국가들이 열광해마지않는 크리켓월드컵은 축구월드컵-하계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다. 전세계 시청자수가 무려 22억명에 이른다. 크리켓이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출전하지 않은 종목이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정식종목임에도 성인팀을 제외한 초중고팀은 전무한 상황이란 점에 주목했다. 윤 교사는 직접 지도자 연수를 받고 내친 김에 자격증까지 따냈다. 지난 11월30일, 전교생 200명 남짓한 작은 학교에서 4학년 10명, 5학년 14명으로 구성된 초등학교 최초의 크리켓팀이 탄생했다. '새롭고 특별하고 신기한' 크리켓팀 모집에 전교생 대부분이 참가를 원했다. 부득이 고학년 중심으로 선발과정을 거쳐야 했다. 팀 창단식엔 이화연 대한크리켓협회 부회장 등 임원들도 참석했다. 남다른 기대감을 표했다.

한겨울 추위에도 아랑곳않고 매일 점심시간마다 24명의 팀원들이 체육관에 모여 훈련을 한다. 처음엔 야구와 비슷해서 흥미를 보였던 아이들은 금세 크리켓의 새로운 룰에 젖어들었다. 90~150m 타원형 구장에서 볼러(투수), 위켓키퍼(포수), 배트맨(타자)이 공을 던지고 받고 쳐낸다. 야구의 베이스에 해당하는 위켓은 피치 양쪽 끝에 설치되며, 위켓에 공이 맞을 경우 아웃이다. 볼러는 위켓을 맞춰야 하고, 배트맨은 위켓을 지켜내며 공을 쳐낸 후 배트를 들고 피치 반대편까지 뛰어가야 득점한다. 타자가 공을 쳐 경계선을 바로 넘어가면 6점, 바운드 돼 넘어가면 4점이다. 공 하나에도 아웃될 수 있다. 2번의 기회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을 요한다. 공격 수비로 나뉘어 연습경기에 임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처음엔 낯설었던 '배트 들고 달리기'에도 익숙해졌다. 타격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윤 교사의 훈련종료 휘슬에 "조금만 더하면 안돼요?"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윤 교사는 "아이들이 크리켓을 정말 좋아한다. 새롭고 멋진 종목을 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크리켓을 즐길 뿐 아니라 학교스포츠를 통해 미래를 향한 꿈을 키운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대한크리켓협회 학교체육 위원장으로도 활동중인 윤 교사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내년 인천 지역 초등학교에 10개팀 정도가 추가로 창단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내년 9~10월 개최 예정인 전국대회에 참가하고, 장차 주니어 세계대회에도 출전한다는 큰그림을 그리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의 표정에선 자긍심이 넘쳐났다. 5학년 김형인군(12)은 "크리켓을 시작한지 3개월 정도 됐다. 매일 점심 먹고 모여서 연습한다. 늘 함께하니 협동심을 키울 수 있고, 연습할수록 실력이 느니 더 재밌다. 점심 먹고 졸리거나 둔해지기 쉬운데 크리켓을 한 이후부턴 수업시간에 집중도 더 잘된다"며 활짝 웃었다. 여학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24명 중 여자선수는 단 3명뿐이다. 4학년 신지윤(11) 김아연양(11)은 '알파걸'이었다. "운동은 뭐든 재밌다. 뭐든 잘할 수 있다. 남자들과 같이 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남자보다 힘은 부족할지 몰라도, 기술에선 불리하지 않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크리켓은 특별해서 좋다. 장비도 멋지고, 우리가 전국 최초로 크리켓을 한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친구들도 부러워한다"며 남다른 자부심도 드러냈다. 소녀들은 크리켓에 푹 빠져 있었다. 인터넷으로 전세계 크리켓 동영상을 수시로 찾아보며 틈틈이 독학한다. "1년 정도만 더하면 정말 잘할 수 있을 것같다. 우린 함께 국가대표 크리켓 대표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눈들이 반짝반짝 빛났다.


화성=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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