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식의 남자단식 우승이 결정된 직후 선배 오상은이 정영식을 안아주며 따뜻한 축하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꽃미남 탁구선수' 정영식(21·대우증권)은 못말리는 노력파다. '스승' 김택수 KDB대우증권 감독이 "말이 필요없는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선수다.
정영식은 2012년 초 국가대표선발전에서 17승1패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에 오르고도 세계선수권 단체전 등 국제대회에서 주전으로 뛰지 못했다. 탁월한 재능을 타고난 또래 에이스 김민석(21·KGC인삼공사) 서현덕(22·삼성생명)에 비해 저평가됐다. "파워가 약하다" "포핸드드라이브가 약하다" "스윙이 크다"는 지적을 수없이 받아왔다. "국내용이 아니라 국제용"이라는 꼬리표도 따라붙었다. 정영식은 좌절하지 않았다. 긍정의 힘을 믿었다. 단점을 말하는 목소리에 오히려 귀를 활짝 열었다. 끈질긴 지구력과 집중력, 탁구지능, 근성 등 자신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편견을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완벽해져야 했다.
2013년 첫 대회를 앞두고 대구에서 새해 첫날을 맞았다. 체육관에서 훈련중 3가지 소원을 빌었다. "첫번째 소원은 최고의 선수가 되는 것, 두번째 소원은 손연재같은 스타가 되는 것, 세번째 소원은 비밀"이라며 웃었다.
첫번째 소원이 이뤄졌다. 정영식은 새해 첫 대회에서 정상에 섰다. 국내 최고 권위의 전국남녀종합선수권 남자단식에서 우승하며 유남규 김택수 이철승 오상은 유승민이 호령해온 '위대한 에이스 계보'에 이름을 올렸다.
5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66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 남자단식 결승에서 '한솥밥 대선배' 오상은(36)과 맞붙었다. '베테랑 오상은의 7연패' '차세대 정영식의 반전우승'이 관전포인트였다. 선후배가 치열하게 맞붙은 결승전은 명불허전이었다. 경기 직전 김택수 감독은 애제자들의 맞대결에 "정말 모르겠다. 50대50이다"라며 말을 아꼈다. 대구에 내려오기 직전 팀내 연습경기에서 "정영식이 2대2에서 마지막세트를 12대10으로 잡으며 이겼었다"고 귀띔했다.
◇정영식의이 종합선수권 남자단식 우승이 결정된 직후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김 감독의 예상대로 결승전은 초박빙이었다. 한치 양보없는 진검승부였다.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정영식이 첫세트를 12-10으로 따내자, 2세트를 오상은이 11-8로 따냈다. 정영식이 3세트를 11-5로 따내자, 오상은이 다시 4세트를 11-9로 잡았다. 5세트를 11-4로 가볍게 이기며 오상은이 예약하는가 싶었던 순간 정영식 특유의 끈질긴 파이팅이 빛을 발했다. 6-7세트를 잇달아 따내며 세트스코어 4대3으로 극적인 우승을 완성했다. '차세대' 정영식의 우승은 '집단 탁구지성'의 결집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었다. '레전드' 김택수 감독, 형님같은 최현진 코치의 애정어린 지도에 '에이스' 오상은이 가세하며 정영식의 탁구는 성장했다. 1년전 KGC인삼공사 해고 후 대우증권 유니폼을 입은 오상은은 후배 정영식에게 자신의 탁구 필살기를 아낌없이 전수했다. 김 감독은 약점으로 지적돼온 정영식의 스윙과 서브를 집중조련하는 한편 오상은 윤재영 등 베테랑들과 차세대들의 '만원내기' 맞대결 매치를 수시로 열어 경쟁과 성장을 부추겼다. 정영식은 우승 인터뷰에서 "내 실력이 좋아서 이긴 게 아니라 상은이형이 기술을 전수해 준 덕분"이라며 겸손해 했다. "내가 잘못하는 잔플레이, 네트플레이, 코스 공략법을 다 가르쳐주셨다. 어떻게 보면 오늘 상대의 전력을 모두 파악하고 나선 셈"이라며 선배에게 공을 돌렸다.
전국남녀탁구종합선수권에서 단체전 우승, 남자복식 우승 , 남자단식 우승 등 최고의 성적을 거둔 대우증권 선수들이 단식우승자 정영식을 헹가래치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선배 오상은이 두팔을 활짝 벌렸다. 최선을 다한 경기 직후 '한솥밥 선후배'가 서로를 뜨겁게 끌어안았다. 정영식은 "너무 감동이었다. 상은이형에게 정말 감사드린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2010년 종별선수권, 2012년 SBS챔피언십에 이어 통산 3번째 단식 우승트로피다. 새해 첫 대회에서 '차세대 에이스'로서의 희망을 쏘아올렸다.
인터뷰를 마친 정영식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슬쩍 내밀었다. "초기화면에 한달 넘게 띄워놓은 거예요. 약해질 때마다 자극이 많이 됐어요. 고맙습니다." '한국탁구, 차세대 있긴 한 건가'라는 스포츠조선 비판기사였다. 애정어린 비판을 흘려듣지 않고 끝내 '승리의 에너지'로 승화시켰다. 정영식의 세가지 소원이 모두 이뤄지는 날, 대한민국 탁구도 함께 웃을 것이다. 대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