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정경은-김하나 태극마크없이 출전한 사연

최종수정 2013-01-11 06:06

소속팀 삼성 유니폼을 입고 코리아오픈에 출전중인 김하나. 사진제공=대한배드민턴협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고전 '홍길동전'에 등장하는 유명한 대목이다.

서자 태생인 홍길동이 아버지를 보고도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고 살아야 하는 비애를 한탄하면서 했던 했던 말이다.

한국 배드민턴에도 홍길동처럼 딱한 처지에 놓인 선수들이 있다. 정경은(KGC인삼공사)과 김하나(삼성전기)다.

총상금(100만달러) 최대규모이자 한국의 대표적인 국제대회인 코리아오픈에 출전하면서도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다.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는 2013 빅터코리아오픈 슈퍼시리즈 프리미어대회서 여자복식에 출전중인 이들은 각각 소속팀의 유니폼을 입고 있다.

한국의 국가대표가 아닌 개인자격으로 출전한 것이다. 몸과 마음은 한국 배드민턴의 자존심을 걸고 뛰지만 겉모습은 자랑스러운 국가대표가 아니다.

정경은-김하나는 이번 대회를 맞아 대표팀의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을 해왔다. 그랬던 그들이 왜 태극마크를 달지 못하게 된 것일까.


대한체육회의 한심한 행정때문에 비롯된 해프닝이다.

정경은-김하나는 2012년 런던올림픽때 발생한 배드민턴 '고의패배' 파문에 연루돼 대한체육회의 추가 상법위원회 결과 '국가대표 자격정지 1년'의 징계를 받고 있는 중이다.

당시 파문을 불러일으켰던 중국의 위양-왕샤오리는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고 올림픽 이후에도 버젓이 국제대회에 출전해왔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지난해 12월 중국의 횡포를 대한체육회에 보고하고 2013년 새해부터 정경은-김하나의 대표팀 신분을 회복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정경은이 소속팀 KGC 로고가 박힌 유니폼을 입고 코리아오픈에 출전했다. 사진제공=대한배드민턴협회


런던올림픽때 한국, 중국과 함께 파문에 연루된 인도네시아도 4개월 만에 징계를 풀어준 사실도 첨부했다. 국익과 선수들의 사기를 위해서라도 남은 징계기간을 감면해주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협회의 호소를 접수한 대한체육회 고위 관계자는 2012년 연말 상벌위원회에 정경은-김하나 구제의 건을 상정해 통과될 수 있도록 해줄테니 건의서를 제출하라는 약속을 받았다.

하지만 협회는 대한체육회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 대한체육회는 정작 구제 안건이 상정되자 구제안건을 부결시켜버렸다.

협회는 "대한체육회가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지 않았다면 우리가 뭣하러 구제안건을 제출했겠느냐"면서 "협회의 이익을 위해서도 아니고 사실상 죄가 없는 선수들을 구제하기로 한 약속을 명확한 이유도 없이 뒤집어 버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협회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규정상 오픈대회의 경우 국가대표 뿐만 아니라 소속팀의 개인자격으로 출전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정경은-김하나의 개인자격 출전을 강행했다.

일종의 항의표시였다. 정경은-김하나를 출전 명단에 먼저 올려놓은 협회는 대한체육회가 나중에 문제 삼을 것을 우려해 유권해석을 신청해 개인자격으로의 국제대회 출전까지는 규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결국 정경은-김하나는 합법적으로 코리아오픈에 출전하게 됐지만 중국의 주동자들이 중국 대표팀 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모습을 보면 찜찜한 뒷맛을 감출 수가 없다.

정경은-김하나는 이번 대회에서 8강 진출에 성공했고, 정경은은 김기정(원광대)과의 혼합복식에서도 8강에 올라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위양-왕샤오리 역시 이번 대회 우승을 노리는 중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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