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國技)' 태권도는 살아남고, '효자 종목' 레슬링은 퇴출됐다.
레슬링은 고대 올림픽을 비롯해 근대올림픽 1회 대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유서 깊은 종목이다.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강하게'라는 올림픽의 이상을 담당하는 한축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의 실력이 평준화되면서 경기 내내 수비 위주의 플레이를 해 '재미가 없다'는 비판에 직면해 왔다. 국제레슬링연맹(FILA)는 이같은 비판을 피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변화를 시도해 왔다. FILA는 다음달 16일 태국 푸켓에서 열릴 이사회에서 파테르를 없애는 새 규칙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점수가 잘 나지 않는 파테르 대신 상대 선수가 스탠딩 자세에서 공격에 유리하도록 팔과 다리를 잡게 하는 새로운 규정을 채택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IOC 집행위원들이 레슬링의 퇴출을 결정하면서 이러한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됐다.
IOC 집행위원회가 열리기까지 레슬링 관계자들은 퇴출 낌새도 느끼지 못했다. 외신에서 레슬링을 퇴출 후보로 거론했지만 종목 내부에서 유럽세가 강한 만큼 퇴출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그만큼 레슬링의 퇴출은 '날벼락'같은 소식이었다. 김창규 아시아레슬링연맹 회장은 "(레슬링이 퇴출된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다. 몇 년전 그레코로만형의 퇴출 가능성이 거론된 적이 있지만 상당히 시간이 지났다. 최근 들어서는 아무런 얘기가 없았다. FILA에서도 미리 준비하는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김 회장은 다음달 16일 태국에서 열리는 FILA 이사회에 참석해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한레슬링협회는 대책 마련보다 사태파악에 분주하다. 협회 관계자는 "협회도 외신 기사를 통해 이 소식을 들었다. 지금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럴 리가 없다"며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태권도, 퇴출 1순위에서 극적 잔류한 원동력은?
반면, 태권도 관계자들은 만세를 불렀다. 강석재 세계태권도연맹(WTF) 홍보부장은 "오랜 기간 준비한 결실을 맺었다"며 기뻐했다. 올림픽 핵심종목에 포함된 태권도는 앞으로 지구촌 최대 스포츠 무대에 영구적으로 이름을 올리며 '한국의 무예'를 넘어 '세계의 스포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 당초 태권도는 잔류 가능성이 반반이었다. 계속된 판정시비와 종주국인 한국의 독주로 올림픽 진입을 노리는 라이벌종목의 지적을 받아왔다. 여기에 가라데의 정식 종목 채택을 노리는 일본의 물밑작업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다. 일본은 비슷한 성격의 태권도를 핵심 종목에서 제외시켜야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기업과 손을 잡고 총력전을 펼쳤다.
묵묵히 뼈를 깎는 노력을 펼쳤던 태권도계의 진심이 통했다. WTF는 런던올림픽부터 전자호구시스템과 즉시 비디오판독제를 도입하며 판정시비를 없애는 데 성공했다. 경기장 규격을 바꾸며 재미도 더했다. 8개의 금메달을 8개국이 나눠가지며 한국의 독주종목이라는 이미지도 지웠다. 지속적인 세계화와 저변 확대 노력으로 WTF 가입국은 204개국으로 늘었다. WTF는 비한국인 사무총장을 처음으로 영입하며 국제스포츠기구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강 홍보부장은 "지난해 10월 제출한 평가보고서에 많은 준비를 들였다. 그동안 개혁위원회를 출범하며 태권도에 변화를 주고자 했던 노력들이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성룡 박찬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