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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일이다. 모 감독이 차를 몰다 접촉사고를 냈다. 당황스러웠나 보다.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그냥 가버렸다. 프런트 직원에게 전화 한통만 남겼다. 뒷처리는 급히 달려온 직원이 깨끗하게 했다. "아, 감독님…" 어쩌구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나 보다. 왕의 권위에 금이 갔다. 그것도 한참, 많이 갔다. 어떻게 보면, 중심의 변화라고 할 수도 있다.
프로야구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년 동안 전 구단 감독이 교체됐다. 지난해에는 한화 한대화 감독, 넥센 김시진 감독, 롯데 양승호 감독이 물러났다. 그 전 해에는 SK 김성근 감독, 삼성 선동열 감독, KIA 조범현 감독, 두산 김경문 감독, LG 박종훈 감독이 자리를 내줬다.
경질바람이 한바탕 휩쓸고 간 것이다. 지금도 진행형이다.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성적부진이다. 구단은 분위기 쇄신차원에서 사령탑 교체 카드를 꺼내들곤 한다. 하지만 이것만 갖고 모든 걸 설명하기는 힘들다. 분명 다른 원인이 있다. 김성근 감독의 케이스에서 그 이유를 엿볼수 있을 듯 하다.
김 감독은 2006년 SK 지휘봉을 잡았다. 한국시리즈 우승 2번, 2위 1번의 성적을 올렸다. SK를 단숨에 명문팀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당연히 일등공신이었다. 하지만 구단은 '경질' 카드를 꺼내들었다. 숨은 이유는 구단과의 마찰이다. 김 감독은 자기주장이 강한 감독이다. 유명하다. 야구에 관해서는 절대 양보가 없다. 그 탓에 많은 부분에서 구단과 충돌이 있어왔다.
사실 따지고 보면 구단은 '고용주'다. 감독은 '고용인'이다. 갑과 을의 관계다. 구단은 이 관계를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결국 힘의 중심이 감독에서 구단쪽으로 기울어 진 것이다. 양쪽 관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사건'이다.
다른 쪽으로 해석하면 미국 메이저리그식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구단이 운영의 중심이다. 단장의 역할이 크다. 최근에는 감독의 '절대 왕정'체제였던 일본에서도 그런 변화가 보인다.
이런 무게중심의 이동을 두고 구단을 탓할 생각은 없다. 당연한 변화일 수 있다.
문제는 일방적인 관계설정이다. 감독은 일반 고용인과는 다르다. 구단의 얼굴이고, 팀의 책임자다. 선수들의 아버지다. 계약관계 이상의 존재이다. 이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구단은 구단이 그리는, 추구하는 그림이 있다. 먼저 그 그림에 맞는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 적임자라고 판단된다면 믿고 맡겨야 한다. 존중해야 한다. 선택에 대한 책임이기도 하다. 성적이 모든 판단의 잣대가 되어서는 안된다. '경질'이 모든 해결책이 아니다.
지금의 변화는 어설픈 메이저리그 따라하기다. 기본적으로 감독에 대한 신뢰가 바탕에 없다. 그저 말 잘듣는, 부리기 편한 상대를 고르는 듯 하다. 다시 말하지만 감독은 일반 고용인이 아니다. 팀의 상징적인 존재다.
김응용 감독(현 한화 감독)은 해태 타이거즈를 18년간 이끌었다. 이한국시리즈 우승을 9차례나 이끌었다. 퍼거슨 감독은 1986년 말부터 지금까지 맨유를 지휘하고 있다. 아마도 우리네 프로스포츠에서는 이런 장수감독을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어설프게 메이저리그를 따라하다 보면 말이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