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의 마지막 인사는 그랬다. 27일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이임식을 앞두고 기자들을 만났다. 지난 4년간 대한체육회 수장직을 내려놓으며 특유의 위트로 인사했다. 30년 동지 김정행 용인대 총장이 새 체육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수렴청정' 얘기가 나온 것을 언급했다. "수렴이 무슨 필요가 있어, 인터넷, 스마트폰 시대에…"라며 껄껄 웃었다.
박 회장은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직접 꼼꼼히 메모한 노란색 노트를 한장씩 넘기며 그간의 성과와 한국체육의 미래를 하나하나 짚어갔다. 첫째 레슬링의 퇴출, 둘째 태권도의 비전, 셋째 2020년 올림픽 종목 예상, 넷째 국제외교, 다섯째 평창동계올림픽 준비과정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언급했다. 하나에서 열까지 직접 챙기는 '열혈 수장'의 모습은 마지막까지 같았다.
레슬링의 퇴출과 관련 "가장 큰 잘못은 국제레슬링연맹에 있다"고 했다. "그레코로만형이 재미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여자체급 늘려서 재밌게 만들라는 요구가 있었는데 그 요구를 깔아뭉갰다. 잘못한 게 쌓이고 쌓여서 철퇴를 맞았다"고 했다. 로잔 올림픽 집행위원회 직전 "레슬링이 퇴출되더라도 놀라지 말라"는 귀띔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5월29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총회에서 최종결정하겠지만 집행위원이 바뀌지 않는 만큼, 결정이 바뀔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레슬링이재진입하기 위해선 태권도가 환골탈태한 것처럼 2016년 리우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권도의 경우 생존의 이유를 '디코리아나이즈드(dekoreanized, 탈한국화)'로 진단했다. 향후 배가된 노력도 주문했다. 14명의 집행위원중 5명이 태권도를 반대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따고 했다.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코어 스포츠' 역시 영원한 핵심종목이 아니다. 2020년 여름올림픽까지만 핵심종목이다. 2024년 종목을 2017년 12월에 다시 정할 때 또다시 이런 절차를 거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으로 전보다 더 배가된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총회에서 2020년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는 야구소프트볼, 카라데, 스쿼시 등을 꼽았다.
런던올림픽 직후 불거진 대한체육회의 국제외교력에 대한 지적에 대해 "2번 떨어진 평창도 따왔고, 쫑난다는 태권도도 살려냈고, 박종우 메달도 찾아왔다"고 항변했다. 일방적인 비판에 서운함을 표했다. "국제사회에서 이익을 받기보다 불이익을 안당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육계를 떠나며 제언하고 싶은 것은 40대 국제경기단체 위원, 50대 국제연맹회장, 60대 IOC 위원을 하는 것"이라며 후배들의 열정과 참여를 독려했다.
야구의 올림픽 종목 재진입을 위한 노력도 귀띔했다. "미국 대만 일본 중국 우리나라 프로야구 대표자들이 3월19일 WBC 결승전에서 모여 야구의 올림픽 재진입을 논의하자는 움직임이 있다"고 했다. 야구의 올림픽 재입성과 관련 "올림픽기간중 메이저리그 진행 문제, 초대형 스타들의 참여문제가 마지막 걸림돌"이라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측이 2주 쉬는 것은 못하겠다. 준결승 결승전이 치러지는 이틀은 쉴 수 다는 의견을 전해와 협상중"이라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스타선수 참가와 관련 축구처럼 만23세 이하 선수로 출전연령을 제한하고, 와일드카드 제도 도입하는 것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23세 이하 선수들만 출전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결정적으로 불리하지만, 야구가 올림픽 들어가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되지 않냐는게 야구계 여론"이라고 설명했다.
30분동안 쉴새없이 실무 이야기를 털어놓은 후 취재진에게 감사인사를 건넸다. 대한체육회 가족들과 함께한 이임식에서 이임사는 채 1분도 되지 않았다. "떠나는 자는 말이 없다. 4년동안 고마웠다"며 웃었다. 태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