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은 자신의 뒤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팬클럽이 선물한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피규어를 들어보이며 활짝 웃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대한민국 수영영웅, 내가 후원한다.'
대한수영연맹을 향한 분노의 목소리가 극으로 치닫는 가운데, 팬들이 직접 '박태환 살리기'에 나섰다. 연맹도, 기업도 외면한다면 우리가 직접 나서겠다는 적극적 의지의 표명이다.
'400m 레전드' 박태환(24·단국대 대학원)이 31일 K-리그 클래식 그라운드에 선다. 31일 오후 4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펼쳐지는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4라운드 인천-대전전을 앞두고 팬 사인회 및 시축 이벤트를 갖는다는 소식이 전하지자마자 박태환 팬클럽을 위시한 팬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50% 할인되는 K-리그 온라인 티켓 예매법 등을 공유하며 잇달아 참여를 결의하고 있다.박태환은 내년 인천아시안게임 출전을 목표로 물살을 가르고 있다. 최근 대한수영연맹 포상금 미지급, 홈쇼핑 출연 논란이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소개되면서 국민적 관심이 쏟아지는 가운데, 박태환의 인천구장 방문은 주목되는 행보다. 팬들은 직접 인천구장을 찾아 박태환을 향한 한결같은 지지와 응원을 보여줄 생각이다.
한국 팬클럽과 중국 팬클럽은 이미 지난달 십시일반 힘을 모아 '아직 끝나지 않은 레이스'라는 타이틀의 박태환 후원 광고를 일간지에 집행했다. 대기업 CEO들을 직겨냥했다. 지난달 박태환이 호주 자비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올 때 입국장에서 해당 광고를 펼쳐들었고, 대형걸개도 내걸었다. 홈쇼핑 논란이 외신에 보도된 이후 팬들은 수영연맹 홈페이지에 항의와 질책의 글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한때 홈페이지 접속이 어려웠을 정도다.
박태환 후원사, 광고주들도 일일이 챙기고 있다. 런던올림픽 직후 재계약한 'CJ햇반', 현대홈쇼핑 출연으로 논란이 된 어린이영양제 '자이탄'이 5년 장기계약 및 후원을 약속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들을 '의리있는 기업'으로 판단하고 있다. 팬들은 이들 후원사의 제품구매를 박태환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작은 실천'으로 생각하고 있다. 스포츠스타가 광고를 찍는 것에 대해 불편해 했던 기존 인식과는 상당히 다른, 이례적인 현상이다.
팬들이 스스로 모금 운동에도 나섰다. 25일 크라우드 펀딩 회사인 유캔펀딩 사이트(ucanfunding.com)에는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의 국민스폰서가 되어주세요!'라는 타이틀의 프로젝트가 올라왔다.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은 사회 공익프로젝트를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하고 일정 기간 목표 액수를 정한 뒤 익명의 다수로부터 모금하는 방식이다. 자신을 '오랫동안 박태환을 응원해온 팬'이라고 소개한 프로젝트 등록자는 '박태환이 다시 한번 일어날 수 있도록 모두 함께 국민 스폰서가 돼달라'고 제안하고 있다. 목표금액은 500만원이다. 프로젝트를 올린 직후 80만원 이상이 모금됐다. '올림픽 종목 중 유일하게 챙겨보는 종목이 수영이다''제가 기억하는, 기억할 최고의 수영선수다. 작은 금액이지만 힘이 되고 싶다'등 팬들의 응원 댓글이 줄을 이었다.
실망하고 분노한 팬들이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박태환의 스폰서를 자청하고 있다. 영웅을 지켜주지 못하는 기성사회가 더 부끄러운 이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