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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복귀한 독일 분데스리가 뒤셀도르프 생활에서 좋은 기억은 별로 없었다. 출발부터 어긋났다. 리그가 개막하기 전부터 개인 사정으로 휴가를 받았다. 다시 팀에 복귀했지만 주전 경쟁이 만만치 않았다. 팀에서는 '공격수 차두리'를 원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니 축구하기가 괴로웠다. 결국 차두리는 이적한 지 6개월 만인 지난 2월, 뒤셀도르프와 결별했다.
축구 본능을 일깨워준 재독 교포들의 한 마디
하지만 최 감독의 품에 안기기까지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난해 중반 러브콜을 받았을 때는 처음 맞이해야 하는 한국 무대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올해 은퇴에 대한 마음을 굳혔을 당시에도 러브콜을 받았지만 마음이 쉽게 돌아서지 않았다. 그러나 독일에서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만난 재독 동포들의 진심어린 조언이 그의 마음을 요동치게 했다. 차두리는 "독일에서 만난 한국 분들이 모두 똑같은 말을 많이 해주셨다. 꼭 한국에 가서 공을 차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다고 하셨다. 한 두 분이 아니라 만나는 사람마다 그 얘기를 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팬들이 있어서 내가 여기까지 왔다. 그래서 한국서 팬들 앞에서 경기를 한다면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다. 팬들의 말이 심경에 변화를 주는 가장 큰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차두리의 고백을 들은 최 감독도 진심어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최 감독은 "제2의 인생을 자꾸 생각하기에 한국 축구 팬들에게 보여줘야 할게 많다고 얘기했다. 두리가 워낙 성격이 밝다. 홀가분한 상태에서 다시 도전하는 마음가짐을 확인했다. 두리를 영입한 이유는 전력 상승 때문이다. 충분히 K-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 또 팀에 가져다 줄 긍정 바이러스를 기대한다. 차범근 감독님이 한국 축구의 별이지만 K-리그에서는 역사를 쓰지 못하셨다. 두리가 아버님께서 못쓰신 K-리그의 역사를 다시 쓸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마무리
지난 23일 독일에서 귀국한 차두리는 아버지인 차범근 해설위원에게 알리지 않았다.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자 부모님은 깜짝 놀라셨다. "왜 한국에 왔어"라고 물으셨단다. 차두리는 "서울과 계약하러 왔어요"라고 답했다. 그동안 이적을 고민할 때마다 항상 옆에는 아버지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만은 달랐다. 차두리는 "이번에는 전혀 조언도 없었다. 내가 묻지도 않았다. 나도 나이가 있고 경험도 많다. 부모님이 언제까지나 조언을 해줄 수 있지만 내 인생이기 때문에 내가 전적으로 모든 것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차두리는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자주 입에 담았다. 스스로 결정한 일이기에 후회 없이 땀을 흘리고 그라운드를 떠날 생각이다. 그는 "마지막 계약이다. 심기일전하고 최선을 다해서 한국 팬들 앞에서 좋은 모습으로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차두리가 생각하는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바로 '최선'이었다.
차두리는 서울과 2년 계약을 했다. 2014년 말까지다. 2년 계약 속에는 '축구 선수' 차두리의 마지막 꿈이 담겨 있었다. 월드컵이었다. 그는 "축구 선수라면 모두가 국가대표를 꿈꾼고 월드컵에 나가고 싶어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월드컵이 내년이니 한 발씩 나아가는게 중요하다. 빨리 몸을 만들고 경기력을 끌어올린 다음에 대표팀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 마음 한 구석에는 아직 (월드컵)이 자리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리=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