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공 은메달'이상수의 스포츠맨십,세계 탁구계 감동

기사입력 2013-05-21 08:21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파리세계탁구선수권 첫 출전에서 은메달 쾌거를 일군 '닥공' 이상수(23·삼성생명)의 페어플레이가 화제다. 피말리는 승부의 세계에서 승패를 떠나 빛나는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

18일 프랑스 파리 옴니스포르 드 베르시 경기장에서 펼쳐진 세계탁구선수권 혼합복식 준결승, 이상수-박영숙(25·한국마사회)조는 중국의 왕리친-라오징웬조와 마주했다. 왕리친은 2007년 세계선수권 우승, 2008년 베이징올림픽 동메달리스트다. 한국의 핑퐁 남매가 중국 대표 에이스를 상대로 놀라운 파이팅을 발휘했다. 이상수의 신들린 오른손 포어드라이브. 박영숙의 전매특허인 왼손 파워 백드라이브에 왕리친이 손을 대지 못했다. 4대1로 완승한 후 은메달을 따냈다. 이 경기는 한국 탁구사뿐 아니라 세계탁구사에 길이 남을 상징적인 매치가 됐다. 2005년 이후 전종목을 석권해온 중국이 10년만에 처음으로 결승진출자를 내지 못했다. 그것도 손발을 맞춘 지 두달도 채 안된 한국의 무명 복식조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세계선수권 첫 출전인 이상수와 세계랭킹 81위의 박영숙에게 무릎을 꿇었다.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다. '왕리친의 굴욕'이라 칭할 만했다.

경기 직후 국제탁구연맹(ITTF) 공식 인터뷰가 이어졌다. 한국이 중국을 넘은 결과도 놀랍지만, 정작 세계를 감동시킨 건 이상수의 정직한 스포츠맨십었다. 복식 규정상 두 선수는 한번씩 번갈아가며 공격하고, 수비해야 한다. 2세트 매치포인트 상황에서 한국의 실수가 있었다. 심판이 보지 못했다. 선수들이 먼저 실수를 인정했다. ITTF 사이트가 이 상황을 상세히 묘사했다. '1세트를 따낸 후 2세트 10-7로 앞서던 상황에서 박영숙이 살짝 갖다댄 볼이 득점으로 인정됐다. 11-7로 끝나려는 찰나, 이상수가 판정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쳐야 할 볼을 박영숙이 쳤다고 했다. 판정은 번복됐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한국은 다시 1포인트를 가져가며 2세트를 따냈다. 한국선수들의 매너와 태도는 본받을 만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상수가 이 상황을 복기했다. "영숙이 누나가 서비스를 하고 왕리친이 건드린 후, 제가 따려가려다 놓쳤는데, 뒤에 있던 누나가 자기도 모르게 스윙을 하게 됐죠. 그게 맞아들어간 건데 심판분께서 포인트가 된 걸로 잘못 보셨고, 우린 당연히 아니라고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솔직하고 당당했다. "이것이 진정한 스포츠맨십이자 코리아의 신용(credit)"이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이상수는 '닥공(닥치고 공격)'이다. 탁구에서 '한방'의 필살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상수에겐 월드클래스의 포어드라이브가 있다. 수비나 지구전에 약점이 있지만, 공격이 신들리게 들어가는 날이면 세계 1위도 꺾는 '저력'과 '파이팅'이 있다. 김민석 서현덕 정영식 등 차세대 주자 가운데 국제대회에서 가장 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린 비결이다. 2010년 슬로베니아오픈, 2011년 폴란드오픈 남자단식에서 우승했고, 2012년 코리아오픈 남자단식에서 세계1위 마롱을 꺾으며 준우승했다.

이상수는 '노력파'다. 유남규 남자대표팀 코치는 "쉬는 날 탁구장에 몰래 나가보면 어김없이 두 사람이 있다. 이상수와 정영식"이라고 귀띔했다. 온통 탁구생각뿐이다. 80~90년대 한국탁구 전성기를 이끈 강문수 총감독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기술에서 부족함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노력만큼은 따를 자가 없다. 내 제자지만 존경스럽다"고 극찬했다.

이상수는 소위 '멘탈갑'이다. 긍정적이다. 열정적이다. 목표의식도 뚜렷하다. 누나이자 복식파트너인 박영숙이 "처음 파트너가 됐을 때 상수의 열정을 내가 잘 받쳐줄 수 있을지 부담됐다"고 말할 정도다. 평소 활달한 성격의 이상수는 승부처에서 소심해지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심리치료까지 자청했다. "태릉선수촌 심리치료 전문가인 김병현 박사님께 직접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고 털어놨다.

불과 두달만에 은메달을 획득한 비결은 '끝없는 연습'과 '긍정의 힘'이다. 청년다운 패기, 오롯한 스포츠맨십은 메달보다 빛났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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