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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유승민(31·삼성생명)은 '한솥밥 후배' 이상수(23·삼성생명)를 '강상수'라 칭한다. 한때 그 역시 '강승민'으로 통했다. 부천 내동중-중원고 선후배 사이인 두선수 모두 소속팀 삼성생명과 대표팀에서 '강문수' 총감독의 가르침과 총애를 받았다.
1979년 12월 삼성생명 코치가 된 강 총감독은 올해로 지도자생활 34년째를 맞는다. 1985년부터 대표팀 코치, 감독으로 일해왔다. 유남규-유승민-이상수로 이어지는 한국 남자탁구 금메달 계보는 '백전노장' 강 감독으로 통한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유남규의 금메달을 일궈냈다. 2003년 주세혁의 파리세계선수권 단식 은메달 현장도 함께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직전 지휘봉을 내려놓았지만, 유승민의 금메달을 일군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 지난 런던올림픽 직전 8년만에 남녀대표팀 총감독으로 재입성한 강 감독은 차세대 에이스 '강상수'의 쾌거에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5일 부산아시아탁구선수권 혼합복식에서 '세계선수권 준우승팀' 이상수-박영숙조가 중국, 일본 에이스조를 줄줄이 물리치고 6년만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남규부터 이상수까지 '금메달 복 많은, 복장'이라는 덕담에 강 총감독은 기분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 62위 이상수과 세계 78위 박영숙의 금메달은 불가해하다. 랭킹이나 숫자로 설명할 수 없다. 16강에서 일본 에이스 마츠다이라 켄타(세계 28위)-이시카와 카스미(세계 9위), 8강에서 홍콩 에이스 장티아니(세계 18위)-리호칭(세계 33위), 4강에서 중국의 차세대 에이스 얀안(세계 12위)-주율린(세계 5위)조까지 돌려세웠다. 결승에서 일본의 니와 코키(세계 19위)-히라노 사야카(세계 32위)조를 4대0으로 완파했다. 각국 톱랭커들을 모두 꺾었다. 복식전형의 특수성을 감안한다고 해도, 좀체 설명하기 힘든 기적같은 일이다. 이들이 4강에서 돌려세운 '만리장성' 얀안이 남자복식에서 세계 1-2위 쉬신-마롱을 꺾고 우승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기적같은 일이다. 이들의 시너지는 '1+1=3'가 아닌 '1+1=5' 그 이상이었다.
강 감독이 짚어낸 '기적 우승'의 동력은 '기술의 조화'가 아닌 '마음의 조화'다. "이상수의 오른손, 박영숙의 왼손이 잘 통했다는 기술적 요인도 컸지만, 무엇보다 '마음의 조화'가 좋았다. 두선수 모두 반드시 해내겠다는 불굴의 의지, 목표의식이 뚜렷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5월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북한에 금메달을 내주며 아쉬움이 컸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향한 우승세리머니를 꿈꾸던 박영숙과, 그 소망을 기필코 이뤄주겠다던 '든든한 파트너' 이상수의 동기부여도 강력했다.
그러나 강 감독은 "내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선 '마음의 조화' 못잖은 '기술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시아선수권 1등이 아시안게임 1등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을 통해 전력이 노출됐고, 경쟁자들은 비디오를 집중분석할 것이다. 상대의 견제와 함께 금메달 부담감을 극복해야 한다. 부담감을 극복하는 것은 결국 자기 기술에 대한 믿음과 훈련이다. '마음의 하모니'에 업그레이드된 '기술의 하모니'가 더해진다면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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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유남규(현 남자대표팀 감독)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승민, 2012년 파리세계선수권 혼합복식 준우승, 부산아시아선수권 혼합복식 우승자인 이상수가 모두 강 감독의 손을 거쳤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금메달리스트을 지켜본 강 감독의 평가는 예리했다. "유남규는 체력과 기술을 다 가진 선수다. 키는 작지만, 선천적인 탄력, 파괴력, 민첩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스윙도 강하고. 감각도 대단히 뛰어났다. 오히려 너무 예민해서 문제였을 정도"라고 평했다. 일화도 소개했다. "고등학생 막내였던 유남규가 연습일지에 '탁구황제가 되겠다'는 그림을 그려놓은 것을 봤다. 당시만 해도 모두 황당무계하다고 생각했다. 남몰래 피나는 노력을 했다. 재능에 체력과 노력이 더해지니, 꿈을 이루더라"며 웃었다.
"유승민은 신체조건도 좋고, 상당한 파괴력을 지녔다. 100m 달리기가 대단히 빠르다. 공도 무게감이 있었다. 해내야겠다고 마음 먹은 일은 반드시 해내고야 만다. 근성, 승부욕, 순간 집중력이 대단히 뛰어난 선수"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차세대 에이스 이상수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이상수에겐 유남규의 재능, 유승민의 파괴력은 없다. 이들 못지않은 체력, 체격조건은 갖고 있다. 타고난 순발력, 화려한 기술은 없지만 탁구에 대한 열정, 목표의식은 위의 두 선배를 앞선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고 했다. .
인천아시안게임, 브라질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이상수의 발전 가능성에 주목했다. "스윙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합리적인 탁구를 칠 수 있다면, 스스로 느낌이 오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대단히 무섭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올라가는 것은 선배들보다 더디지만, 그 경지까지 올라만 간다면 선배들보다 훨씬 롱런할 것이라 생각한다. 단거리는 약하지만 장거리는 유남규 유승민보다 더 잘 뛴다. 뭔가 한번 해줄 것같은 기대감을 갖게 하는 선수"라고 했다. 인터뷰 마지막, 노감독의 한마디가 인상적이었다. "내 제자지만 나는 '연습벌레' 이상수를 존경한다."
부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