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시즌 개막 전 감독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나면 진짜 공격축구를 펼치는 팀을 찾기가 쉽지 않다. 공격축구가 성적을 담보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격은 팬을 즐겁게하고 수비는 우승컵을 안긴다'는 스포츠계의 오랜 격언이 있다. 감독은 성적으로 모든 것을 평가받는다. 이상은 공격을 향하지만, 현실은 수비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 기술이 좋은 선수 보다는 수비력과 체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기용한다.
그런 점에서 박경훈 제주 감독의 전술 운용은 주목할만 하다. 박 감독은 6일 경남전에서 송진형-윤빛가람의 더블 플레이메이커 체제를 가동했다.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없이 테크니션만으로 중원을 구성했다. 송진형과 윤빛가람은 K-리그를 대표하는 테크니션이다. 일반적으로 기술이 좋은 선수는 수비력과 체력이 떨어진다. 공격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뒷공간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수비의 부담이 커진다.
박 감독은 이러한 틀을 깼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는 전제 하에 테크니션으로만 중원을 구성했다. 박 감독은 "송진형과 윤빛가람은 드리블, 패싱력이 되는 선수들이다. 무엇보다 볼을 소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며 "공격에서 오래 볼을 소유하면 수비 시간이 줄어든다. 상대 리듬도 뺏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송진형-윤빛가람 조합은 좋은 모습을 보였다.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은 것이 고무적이었다. 박 감독은 "둘은 스타일이 다르다. 송진형이 침투와 드리블에 능한 타입이라면 윤빛가람은 조율과 패스가 뛰어나다. 워낙 센스가 좋기 때문에 둘이 밸런스를 잘 유지하더라"고 했다.
중원에 있는 두명의 선수가 수비를 해주지 않는다면 수비진이 큰 하중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박 감독은 의외의 의견을 내놨다. 박 감독은 "송진형과 윤빛가람 모두 수비력 자체가 나쁜 선수들이 아니다. 두 선수 모두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놓아도 충분한 활약을 펼칠 수 있다. 수비라고 해서 무조건 태클하고 몸싸움하는게 전부는 아니다. 지능적으로 상대 공간을 막는다던지, 돌파 방향을 한쪽으로만 막아줘도 된다. 편견 때문에 두 선수들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제주는 경남전에서 수준 높은 패싱 플레이를 펼치며 4대2 대승을 이끌었다. 이날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해트트릭을 기록한 페드로였다. 그러나 4골을 만든 것은 송진형과 윤빛가람의 절묘한 경기운영이었다. 박 감독의 과감한 시도는 획일적인 K-리그 클래식팀들의 전술에서 주목받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