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이미 경험했다. 파이널 포디움에서 10명이 진검승부를 펼쳤다. 예브게니아 카나예바, 다리아 드미트리예바 등 러시아 에이스들이 1-2위를 휩쓸었다. 3위 자리를 놓고 나머지 7명의 선수들이 박빙의 레이스를 펼쳤다. 실수 하나에 희비가 엇갈렸다. 손연재는 곤봉 2개를 놓치는 아찔한 실수를 범했다. 세계 5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곤봉 하나만 잡아냈더라도, 메달권이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었다.
1년 후 우크라이나 키예프세계선수권, 경쟁은 더욱 격심해졌다. '절대권력' 예브게니아 카나예바가 은퇴를 선언한 후, 첫 세계선수권이었다. 2009~2011년 세계선수권, 베이징-런던올림픽에서 잇달아 우승한 '레전드'의 부재속, 후계구도에 관심이 집중됐다. 극심한 긴장감, 부담감 속에 이변이 속출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러시아 에이스 마르가리타 마문이 추락했다. 개인종합 결선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6위에 그쳤다. 올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15세 신성' 야나 쿠드랍체바가 최연소 여왕에 등극했다.
손연재와 덩센유에의 '막판 4위 전쟁'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였다. 개인종합 무대에서 단 한번도 손연재를 이긴 적 없는 덩센유에는 이날 세계선수권 파이널 무대에서 펄펄 날았다. 신명나는 속도감,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큰실수없이 자신의 연기를 펼쳐보였다. 볼 종목(17.450점)부터 시작한 덩센유에는 곤봉에서 17.916점을 받았다. 2종목 합계 35.366점으로 리본(17.516점), 후프(17.783점) 연기를 마친 손연재(35.299점)를 0.067점 앞섰다. 그러나 손연재가 볼에서 17.683점의 고득점을 받고, 덩센유에가 리본에서 17.108점에 그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손연재(52.982점)가 덩센유에(52.474점)보다 0.549점 앞섰다. 마지막 종목에서 희비가 갈렸다. 덩센유에가 후프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17.900점의 고득점을 찍었다. 총점70.374점, 손연재(52.433점)에 0.549점 앞섰다. 곤봉에서 17.400점이상만 받으면 4위로 올라설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마문이 리본에서 16점대를 기록하며 덩센유에보다 낮은 순위로 내려앉았다. 손연재의 곤봉 작품 '벨라벨라 시뇨리나'는 특유의 깜찍함이 강조된 루틴이다. 지난 5월 벨라루스월드컵에서 17.9333점으로 쿠드랍체바와 함께 공동 은메달을 따냈고, 이달 초 상트페테르부르크월드컵에선 18.016점으로 4위에 올랐던 종목이다. 평소실력만 발휘한다면 충분히 4위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마지막 순서인 손연재의 곤봉연기가 끝난 직후 심판들은 숙고했다. 최종점수 발표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손연재는 초조하게 점수를 기다렸다. 손연재와 코치의 표정에서 피말리는 긴장감이 그대로 드러난다. 17.350점, 총점 70.332점이었다. 0.042점차로 사상 최고의 성적 '4위'를 놓쳤다.
물론 세계선수권 세계 5위는 한국리듬체조 사상 최고의 성적이다. '32위(2010년)→11위(2011년)→ 5위(2013년)'의 약진, 런던올림픽 '톱5'를 재확인한 의미도 크다. 전날 예선, 종목별 결선의 점수를 뛰어넘어 끝까지 선전했다는 점도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그래도 못내 아쉬운 것은 마지막 '한끗차'를 뛰어넘지 못한 부분이다. 러시아에이스,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불가리아 톱랭커들 틈바구니에서 랭킹 한계단 올리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다. 한번도 진 적 없는 덩센유에와의 메이저 대회 마지막 승부에서 처음으로 패했다. 마지막 종목에서 덩센유에는 17.900점으로 자신이 가진 것 이상을 해냈고, 손연재는 17.350점으로 4종목 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그것이 희비를 갈랐다.
이어진 시상식에서 4위 덩센유에, 5위 손연재가 함께 소개됐다. 리듬체조 세계선수권 '톱5'에 동양선수 2명이 이름을 올린 것은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덩센유에를 향해 손연재는 진심어린 박수를 보냈다. '독종' 손연재가 내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호적수를 만난 것은 잘된 일이다. 자극제가 될 것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