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체육회 골키퍼 오영란(42)이 놀라운 선방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오영란은 14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펼쳐진 삼척시청과의 2013년 SK핸드볼코리아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선방을 펼치며 팀의 29대24, 5골차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전 삼척시청 정지해 유현지의 슛을 잇달아 막아내며 리드를 잡는데 일조했고, 후반 막판에도 선방쇼를 펼치면서 삼척시청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1차전에서 27대34, 7골차로 완패했던 인천시체육회는 이날 승리로 리그 3연패의 불씨를 살리는데 성공했다.
오영란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처음에 코트에 설 때는 많이 떨렸다. 오기 전에 상대 선수 슛 동작을 잘 연구한 게 도움이 됐다"며 "동료들이 '나이 먹고 공부한다'고 우스갯 소리를 하더라"고 활짝 웃었다. 그는 "사실 1차전에서 예상 외로 큰 점수차의 패배를 당했다. 경기 뒤 훈련에서 선수들이 집중을 잘 못하길래 모아놓고 야단을 치기도 했다"며 "오늘은 서로 제 몫을 해줘서 승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인천시체육회는 코트 안 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왕언니'다. 올해 여자 대표팀 전임지도자로 떠난 뒤 바통을 물려받은 조한준 감독(41)보다 1년 선배다. 플레잉코치 신분이기는 하지만, 자신보다 한 살 어린 감독 밑에서 선수 생활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에 대해 오영란은 "내가 감수하기로 한 부분이고, 감독도 많은 배려를 해주신다. 편안하게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코트를 밟을 때마다 들려오는 은퇴시기에 대해 묻자 "아직은 (핸드볼이) 재미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매번 코트를 밟는 게 내게는 정말 소중한 일"이라면서 "지금 생각으로는 몇 년 더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오영란의 왼쪽 눈은 부어 있었다. 이날 상대 슛을 막고 넘어지는 과정에서 동료의 발에 차여 상처를 입었다. 3차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할 오영란이 한쪽 눈에만 의지한 채 경기를 치러야 하는 게 인천시체육회 입장에선 부담이 될 만하다. 사실 오영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어 100% 컨디션을 발휘할 만한 여건은 아니다. 오영란은 눈을 빛냈다. "이제는 정신력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 관록 있는 선수들이 모인 팀이다. 리그 마지막 경기인 만큼 모든 힘을 짜낼 것이다." 인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