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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잘 만들어서 오세요."
'장미운동회'는 장미란 재단이 문화체육관광부와 체육인재육성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행사다. 공모를 통해 대상학교를 선정했다. 평소 탈북자 문제를 관심있게 지켜봐온 장미란 이사장의 의지도 반영됐다. 운동회 전날 '찾아가는 멘토링' 강연을 열었다. '올림픽 챔피언' 장미란이 연사로 나서, 선수 시절 자신의 꿈과 경험을 고민많은 탈북 청소년들과 공유했다.
종목 선정에도 치열한 고민과 세심한 배려가 묻어났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창의적인 종목을 만들어냈다. 첫종목은 단체 줄넘기였다. 백장미팀 30명의 선수가 발을 맞춰 무려 17회를 넘었다. 13회를 기록한 장미란, 남현희 멘토의 들장미팀을 이기고 우승했다. 이어진 카드 뒤집기 게임엔 학생 전원이 참가했다. 체육관 바닥에 쏟아놓은 카드를 뒤집는 갯수로 순위를 가렸다. 코트를 다람쥐처럼 뛰어다니며 카드를 뒤집느라 난리법석이 났다. '미션 릴레이'엔 각조 32명의 선수가 나섰다. 자루 통과하기, 6인이 발맞춰뛰기, 제자리 돌기 후 공굴리기 등의 미션이 주어졌다. '우리' 금장미팀은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다. 마지막 공굴리기에서 상대팀이 제자리돌기를 하지 않았다고 격렬히 항의했다. 박성현 멘토가 흥분한 아이들을 진정시켰다. 아이들은 멘토들의 리드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앉아 "금장미! 금장미!"를 연호했다. 심판 판정에 승복하는 페어플레이, 응원점수 100점이 더해졌다.
축구나 농구등 기존 종목도 깨알같은 재미 요소를 가미했다. 축구는 선수들이 2인1조로 손을 꼭 잡고 달려야 한다. 금장미-들장미팀의 승부차기, '들장미팀 멘토' 장미란 이사장이 키커로 나섰다. 날렵하게 골을 넣더니, 곧바로 골키퍼로 나서 '우리팀'의 슈팅을 발끝으로 밀어냈다. '역도여왕'이 숨은 축구실력을 발휘했다. 들장미팀의 환호와 금장미팀의 원성이 엇갈렸다. 혼성농구는 여자선수가 멀리뛰기를 하고, 남자선수가 슈팅을 하는 방식이었다. 금장미팀 여학생이 여섯발짝 멀리뛰기로 골대 바로 아래 섰다. '대한민국 최고의 스프린터' 여호수아가 가볍게 골밑슛을 꽂아넣었다.
장미란은 힘이 세다
운동회 전과정은 재단의 자원봉사 스태프, 국가대표 선수들이 함께 고민하고, 기획하고, 진행했다. '헬퍼'라고 불리는 20여 명의 자원봉사 스태프들은 일사불란하게 행사 진행을 도왔다. 준비는 성실했고, 현장은 정연했다.
장미란의 남다른 길은 은퇴선수의 롤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태릉선수촌 시절 마음을 맞춰온 동료 선후배들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두아이의 엄마인 박성현은 장미란의 일이라면 열일 제치고 달려오는 절친중의 절친이다. 엄마선수로 여자펜싱의 새길을 열어가고 있는 '하이맘' 남현희는 운동도, 재능기부도 열심이다. "태릉에서 하루 쉬는 휴가지만 꼭 함께하고 싶어서 달려왔다. 펜싱협회에서도 좋은 취지를 공감하고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는 미란이에게 늘 고맙다. 함께 하면서 많은 걸 배운다"고 했다. 여호수아는 "미란누나 말이라면 전 무조건 '복종'이에요"라며 웃었다.
장미란은 "혼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함께 뛰어주는 아이들이 있어야 하고, 동료들과 스태프들이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즐거워해서 선수들도 함께 행복해졌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앞으로도 매년 '장미운동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장미란은 힘이 세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인상 140㎏, 용상 186㎏, 합계 326㎏의 세계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선수 은퇴 후 장미란은 더 힘이 세졌다. 장미란이 꿈꾸는, 착한 스포츠 네트워크의 힘은 강하다. 학생, 선수, 자원봉사 스태프, 기자까지 모두 한팀으로 묶어냈다. 아름다운 변화를 이끌고 있다. 대한민국 스포츠계를 들어올리고 있다.
안성=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