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안 개구리' 韓핸드볼, 이러다 일본에도 밀린다

최종수정 2013-12-20 08:21

◇한국 핸드볼의 국제 경쟁력 약화가 가속화되면서 우려와 함께 근본적인 대책을 고심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0년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남자 핸드볼 대표팀의 모습.태릉=송정헌기자 songs@sportschosun.com


한때 한국 여자 핸드볼이 일본을 만나 맥을 못추던 시절이 있었다.

아시아 최강으로 자리매김한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현실이 그랬다. 전쟁의 참상을 딛고 일어서면서 핸드볼도 자연스럽게 국제 무대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매번 일본의 벽에 막혔다. 1960~1970년대 일본 핸드볼은 세계 10위권의 전력이었다. '일본에겐 절대로 질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매번 코트에 나섰지만, 결과는 눈물이었다. 1978년 세계선수권 아시아 예선에서 일본전 첫 승을 따내기 이전까지 아픔이었다. 세계선수권 진출과 1984년 LA올림픽 은메달, 1988년 서울올림픽 금메달로 이어지는 역사 속에 '일본전 아픔'은 서서히 잊혀졌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국 핸드볼이 '우물 안의 개구리'로 전락하면서 아픈 과거가 반복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정점으로 남녀 대표팀이 국제 무대에서 거둔 성적에서도 알 수 있다. 남자 대표팀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긴 했으나, 2011~2013년 세계선수권에서 2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조별리그 전패의 수모를 당했다. 여자 대표팀에도 점점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또 한 번의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핸드볼 주제 영화 제목)' 신화를 썼다. 하지만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일본에 패해 동메달에 그쳤고, 세계선수권에서는 2회 연속 8강행에 실패했다. 전원 국내파로 이뤄진 남녀 대표팀의 수준으로는 세계 무대에서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야기된 것은 그동안 우수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가로막고 음지에서 노력 중인 젊은 지도자들을 외면했던 부끄러운 현실과 무관치 않다.

여전히 한-일 핸드볼의 격차는 존재한다. 아시아 무대에선 한국이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일본은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 꾸준히 한국과 교류를 지속하면서 노하우를 습득함과 동시에 우수 선수-지도자의 유럽 진출을 지속적으로 꾀하면서 내실을 다지고 있다. '핸드볼 인구 20만'을 목표로 하는 후원 사업 뿐만 아니라 NTS(내셔널트레이닝시스템) 순회 교육을 연중 실시하며 차분하게 힘을 키우고 있다. 2019년 국제핸드볼연맹(IHF) 여자 세계선수권 유치를 계기로 국제 무대 입지도 넓어지고 있다. 한국이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실력도 좁혀지는 추세다. 최근 들어 핸드볼계에서는 "일본이 더 이상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일본 핸드볼이 한국에 추월당한 이유는 '무사 안일주의'였다. 당장의 실력을 믿고 내실을 기하지 못했던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그들만의 세상'으로 전락한 한국 핸드볼의 현재도 마찬가지다. 과거를 잊는다면 미래도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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