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인간승리' 그루투이스, 자살위기 이겨내고 값진 金

기사입력 2014-02-13 09:15


사진출처=워싱턴포스트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결선의 마지막 조. 우승 후보였던 데니스 쿠진(카자흐스탄)이 1분9초10에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자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예스(Yes)!"를 외쳤다. 두 팔을 벌려 옆에 있던 코치 잭 오리에를 강하게 끌어 안았다. 얼마나 강했는지 코치의 안경이 부러질 뻔했다. 이어 네덜란드 국기를 어깨에 품고 트랙을 한 바퀴 돌았다. 관중석에 있던 아내에게 다가가 진한 키스를 했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환희에 찬 표정이었다.

2014년 소치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의 우승자 스테판 그루투이스(33)가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1분8초39의 기록으로 40명의 선수 중 가장 빠르게 1000m를 주파했다. 세계랭킹 13위인 그루투이스는 이 종목 3연패를 노린던 샤니 데이비스(미국·8위)마저 꺾고 33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품었다. 동시에 3년간의 지옥같았던 역경을 이겨내고 세계 정상에 선 인간 승리의 주인공으로도 주목받게 됐다.

그루투이스가 금메달을 따내자 지난해 네덜란드 방송사 NOS와 가진 인터뷰 내용이 재차 화제가 됐다. 이 인터뷰에 따르면 그루투이스는 2011년 오랜 정신적 고통과 우울증, 부상으로 자살을 기도했다. 그의 아내인 에스터가 첫째 아이를 임신 중인 상태였다. 그럼에도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루투이스는 NOS와의 인터뷰에서 "거의 죽을 뻔 했다. 지금 이걸 말하는게 것도 상당히 충격이다"라며 심경을 토로했다.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 1000m에서는 8위에 그쳤던 그루투이스는 2007년 경기 도중 스케이트 날에 왼쪽 아킬레스건이 절반을 베는 중상을 입었다. 1년을 가까이 운동을 쉰 그는 2009년 다시 부상에 시달렸고 2010년 밴쿠버올림픽 남자 1000m와 1500m에서 각각 4위와 16위에 그치며 올림픽 첫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네덜란드 중장거리 1인자였던 그가 우울증으로 인해 고통 받았던 시기도 밴쿠버 올림픽 이후다. 그러나 그루투이스는 2012년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2013시즌 일부를 소화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소치올림픽에서 세계 정상에 서며 힘들었던 과거를 대신 보상받았다.

그는 우승을 확정한 뒤 "거의 울뻔 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기쁨을 누렸다. 이어 우승 세리머니로 진한 키스를 나눈 아내를 가리키며 "아내는 나와 함께 어려운 시기를 다 겪었다. 항상 나와 함께 있어준것에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소치에서 시작된 인간 승리 드라마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그루투이스는 15일 열리는 남자 1500m에서 대회 2관왕에 도전한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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