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나 마제(31·슬로베니아)는 월드컵에서 금메달 23개를 쓸어담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 2개를 포함해 메달 6개를 목에 건 알파인스키의 스타다. 그녀는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도 대회전, 슈퍼대회전 은메달을 획득했다. 그녀는 올시즌에도 월드컵을 주름잡으며 2013년 슬로베니아 스포츠 전체를 대표하는 최우수선수로 선정기도 했다.
반면 도미니크 지신(29·스위스)는 별볼일 없는 선수였다. 월드컵에서 3차례 우승한 경험이 있지만 경쟁이 더 치열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한 번도 메달을 딴 적이 없다. 처음으로 출전한 밴쿠버올림픽에서는 활강 경기 중에 넘어져 뇌진탕 치료를 받기도 했다. 지긋지긋한 부상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오른쪽 무릎 7차례, 왼쪽 무릎 2차례 등 무려 9차례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그때마다 은퇴를 놓고 고심했다.
상반된 인생을 살아온 두 스키어가 소치동계올림픽에서 함께 정상에 섰다. 마제와 지신은 12일(한국시각) 열린 여자 알파인 스키 활강에서 나란히 1분41초57을 기록해 우승했다. 100분의 1초까지 똑같은 기록이었다. 동계 올림픽의 78년 역사에서 알파인 스키의 공동 금메달리스트가 배출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이 종목의 공동 메달은 이번이 다섯 번째로 최근 사례는 1998년 나가노 대회의 남자 슈퍼대회전에서 기록된 공동 2위다. 올림픽의 공식 타임키퍼인 오메가에 따르면 이날 마제와 지신의 기록을 측정한 시계 세 개는 모두 똑같이 1분41초57를 표시했다. 1천분의 1초까지 측정해 승부를 가리는 루지나 스피드스케이팅과 달리 스키는 100분의 1을 기준으로 삼는다.
흥미로운 것은 마제와 지신이 흔치 않은 공동 금메달을 예전에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점이다. 마제는 2002년 월드컵 대회전, 지신은 2009년 월드컵 활강에서 다른 선수와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