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 삼남매' 박승주(24·단국대), 박승희(22·화성시청), 박세영(21·단국대)의 우애는 뜨거웠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가족으로, 동료로 서로를 의지했다.
13일 밤(한국시각) '삼남매'는 차례로 소치동계올림픽 무대에 출격했다. 첫단추는 '막내' 박세영이였다. 이한빈, 신다운, 이호석과 함께 나선 남자 5000m 계주 준결선 1조에서 6분48초20의 기록으로 3위에 머물렀다. 3바퀴를 남겨둔 상태에서 1위로 달리던 이호석이 미국선수와 충돌해 넘어졌다. 판정에 기대를 걸었지만, 심판은 한국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2년만에 남자계주가 결선진출에 실패했다.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하던 박승희도 결승 무대에서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 1위 라인에 자리잡으려는 순간 안으로 파고들던 영국의 엘리스 크리스티와 이탈리아의 아리아나 폰타나가 충돌했다. 박승희가 크리스티와 충돌하며 펜스쪽으로 밀려나갔다. 박승희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뚝이처럼 일어나 끝까지 달렸다. 4위로 골인했다. 크리스티가 임패딩 반칙으로 실격됐다. 금메달도 충분히 가능했던 박승희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밴쿠버에 이은 생애 3번째 동메달, 16년만에 한국이 500m, 단거리에서 획득한 귀한 메달이었다. 카메라 앞에서 애써 미소 지으며 쿨하게 인터뷰에 응했던 그녀가 방송 믹스트존 인터뷰를 마치고 신문 취재진 앞에서 오열했다. 방송 인터뷰에서 언니와 동생을 언급하자 꾹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감정을 추스린 후 "동메달을 따서 그런 것이 아니다. 가족 얘기가 나와서… 진짜 울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선수촌에서 언니와 거의 붙어산다. 상화언니가 언니의 룸메이트인데, 오늘 경기에 잘하라고 했는데…"라며 울먹였다.
이날 마지막 주자는 '언니' 박승주였다.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 출전했다. 1분18초94를 기록했다. 역주를 펼쳤지만 메달권과는 거리가 있었다.
박승주 역시 레이스 직후 인터뷰에서 동생들을 언급하는 질문에 눈물을 왈칵 쏟았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눈물을 닦아낸 후 "나는 모든 경기가 끝나서 내일 한국으로 돌아간다. 승희가 '언니가 있는 동안에 금메달을 꼭 따고싶다'고 했는데, 메달을 따줘서 기쁘다"라고 말했다. "세영이는 500m가 남았고, 승희는 세종목(1000m 1500m 여자계주 3000m) 남았다. 기회가 많으니 열심히 해서 잘했으면 좋겠다. 언니가 한국에서 응원할게"라고 동생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한편 '동메달리스트' 박승희는 여자 쇼트트랙 500m에서 넘어지며 오른 무릎에 충격을 입었다. 15일 예정된 여자 쇼트트랙 1500m에 불참한다. 여자계주 등 남은 종목들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