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배구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경기가 열렸다. IBK기업은행이 흥국생명에 승리하며 정규리그 2연패를 달성했다.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는 선수들.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3.02
V-리그 여자부의 'IBK기업은행 천하'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기업은행이 창단 3년 만에 정규리그를 두 차례나 품었다. 기업은행은 2일 흥국생명을 꺾고 남은 2경기에 관계없이 2013~2014시즌 NH농협 V-리그 정규리그 정상에 섰다.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챔피언에 등극했다.
뿌리가 탄탄했다. 기업은행은 이미 3년 전 신인드래프트에서 창단 팀의 이점을 살렸다. 중앙여고와 남성여고를 각각 졸업하는 최대어 김희진과 박정아를 뽑았다. 앳된 고교생이었지만, 이들의 기량은 이미 톱클래스였다. 중고시절 라이트였던 김희진은 한국 여자배구의 특성상 센터로 보직을 변경했지만, 이마저도 성공했다. 멀티플레이 능력도 장착돼 있었다. 레프트 박정아는 다소 심리적인 면이 흔들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별명이 '새가슴'이었다. 그러나 지난시즌부터 '강심장'으로 변했다. 둘은 향후 10년 간 한국 여자배구를 짊어지고 갈 차세대 주자로 기업은행의 뿌리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김희진은 "이번 시즌 우리 팀이 지난 시즌보다 더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배구는 '세터놀음'이라고 한다. 세터가 차지하는 비율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이정철 초대 감독은 베테랑 세터를 선호했다. 2010년 흥국생명에서 은퇴한 이효희를 영입했다. 지난 2년간 이효희는 볼 배분에 대해 이 감독에게 많은 지적을 받았다. 특히 외국인공격수에게 편중되는 토스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올시즌 이효희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모든 선수를 활용해 공격루트를 다양하게 구축했다. 또 이효희는 맏언니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운동과 생활 면에서 모범이 됐다. 이효희는 "어린 선수들은 잘 나가다가도 한 번 흔들리면 다잡기 힘든데 그것이 어려웠다. 내가 운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는 나이를 먹어도 기량이 늘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들이 나이든 선수를 배려해주기 위해 훈련에서 열외 시켜주지만 이 감독님은 그런 것을 안 해서 내 실력이 는 것 같다"며 웃었다.
수비형 레프트 채선아와 신연경의 선의의 경쟁도 팀 우승에 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이 감독이 의도한 것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이 감독은 올시즌 두 선수에게 강한 책임감을 불어넣었다. 이 감독은 "채선아는 이번 시즌 첫 풀타임 선수로 거듭났다. 올시즌 채선아가 흔들려도 빼지 않았다. 다음 경기를 위해서였다. 자기가 노력한 부분이 결실을 맺었다"고 흐뭇해했다. 채선아는 "지난 시즌은 주전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 내가 주전으로 뛰면서 우승을 차지해 더욱 기쁘다. 내가 빈 자리를 메울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지만 나머지 공부가 효과를 봤다"고 했다.
이 감독의 철저한 분석과 변화도 기업은행이 '언터처블'이 된 힘이었다. 이 감독은 올시즌 수비형 레프트와 외국인선수 공백 메우기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이번 시즌은 나무가 아닌 숲을 봤다. 한 선수가 아닌 전체의 조합을 생각했다. 국내 선수들에게 강한 훈련을 시킨 이유도 여기있다. 외국인 공격수 카리나의 영입도 대성공이었다. 지난시즌 우승을 이끈 알레시아의 빈 자리를 기대 이상으로 메워줬다. 무엇보다 이 감독은 선수들을 대하는 태도를 변화시켰다. '부드러운 남자'로 다시 태어났다. 애교도, 유머로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줬다. 박정아는 "감독님이 지난시즌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 화도 줄어들고 작은 목소리로 얘기하는데 더 집중이 잘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