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핸드볼 '히든카드' 윤경신 감독 "韓 위상 되찾겠다"

기사입력 2015-02-11 11:41


한국 남자 핸드볼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아시아 최강의 타이틀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중동의 파상공세에 고개를 숙였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귀화선수를 앞세운 카타르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2015년 카타르세계선수권 아시아지역 예선에서도 중동팀들에 밀려 본선행에 실패했다. 세계 무대를 노리는 여자 대표팀과 달리 남자 대표팀의 질적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핸드볼협회는 최근 윤경신 감독을 남자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 2018년 자카르타아시안게임까지 임기를 보장하는 장기 계약이다. 윤 감독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2017년 국제핸드볼연맹(IHF) 세계선수권을 목표로 대표팀을 꾸려 메달권에 도전할 계획이다.

윤 감독은 한국 남자 핸드볼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1996년 독일 분데스리가 굼머스바흐에 진출해 2007년 함부르크까지 12시즌 간 8차례나 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통산 2905골로 외국인 최다 득점 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국제핸드볼연맹(IHF) 올해으 선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실업 핸드볼 두산에서 선수로 뛰었던 윤 감독은 2013년 지도자로 전향했다. 뛰어난 기량으로 현역시절 세계 무대를 호령했던 과거와 달리 코트 안팎에서 따뜻한 '형님 리더십'을 선보여 각광을 받았다. 윤 감독의 리더십이 오랜 침체기를 걷고 있는 남자 핸드볼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윤 감독은 11일 서울 광화문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를 통해 "어려운 시기에 감독직을 맡게 되어 책임이 막중하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팀을 이끄는 게) 처음이다보니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며 "2015년 호주아시안컵에 나섰던 슈틸리케호의 이정협처럼 새로운 선수들을 많이 발굴할 생각이다. 도전을 해볼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윤 감독에 대한 시선은 엇갈린다. 두산을 정상으로 이끌었던 리더십과 세계 무대에서의 경험이 대표팀에서 빛을 발할 것이라는 희망이 대다수다. 그러나 중동세에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대표팀의 현 상황을 제대로 타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공존한다. 이에 대해 윤 감독은 "'명선수는 명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부담은 있다. 그러나 그런 부분을 깨고 싶다"며 "다른 종목에서도 유명선수가 감독이 된 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부담감을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과제다. 앞선 사례들을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헤쳐 나아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세계 무대 공략 방법을 두고도 "선수들이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훈련하고 경기에 임하느냐가 관건이다. 아직 핸드볼이 프로화 되지 않았지만, 프로의식을 갖고 운동하는 게 중요하다. 자기관리도 마찬가지"라며 "한국의 장점인 스피드를 보강하고 체력과 조직력 보강에도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 굼머스바흐 입단 때 감독님이 롤모델이 될 것 같다. 형님 리더십이라는 표현이 많은데 코트 안에서도 형님이 될 생각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 감독은 이날 발표한 대표팀 명단에 고교생 김연빈(부천공고)을 깜짝 발탁했다. 김연빈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김만호 경희대 감독의 아들이다. 남자 핸드볼 대표팀 사상 첫 부자 대표 선수가 탄생했다. 윤 감독은 "(김)연빈이는 아직 운동을 해야 할 시간이 더 많다. 이번 발탁은 가능성을 보기 위한 것이다. 욕심부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연빈은 "아직은 고등학생이라 태극마크가 얼떨떨하다"며 "대표팀 삼촌(선배)들 앞에서 패기 있는 모습으로 훈련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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